도시를 디자인하고 상품화하는 시대

한글로님의 글 <벤치가 예술이네.. – 서울시 디자인에 빠지다>에 댓글을 달다가 길어져서 이리로 옮깁니다.

오랜만입니다. 대단하시네요. 별걸 다.. ㅎㅎ

도시정책에 디자인이 관여하고 환경이 조화롭게 되는 것은 참 좋은 일이죠. 하지만 관련인으로서 우려스러운 것은 디자인이 ‘정치도구화’되는 것입니다. 디자인이 도시와 결탁하고 도시를 하나의 상품으로 만드는 일, 뭐 그런 식의 상황 말입니다. 바로 그게 명박씨의 컬쳐노믹스와 통하는 면도 있겠네요.

국립박물관은 유원지가 아닙니다. 아이는 누가 돌보지요?
국립박물관은 유원지가 아닙니다. 아이는 누가 돌보지요?

상품이라고 다 나쁘냐…라면 뭐 다 그런건 아니겠죠. 중요한건 도시의 문화정책이 피상적인 디자인도시경쟁에 매몰되면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겁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그 많지도 않은 문화예산, 디자인예산을 써야 할 곳은 다른 곳입니다. 아직은 학교와 교육기관, 박물관을 비롯한 기존의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를 채우기도 모자릅니다. 국립박물관 한번 가보세요.. 저 서초동의 유일한 디자인박물관도 가보시구요. 소장된 물건이 적다는 얘기도 있지만, 사실 그 적은 물건들을 관리하고 연구할 인력의 수조차 얼마 안된다는 사실에 놀라실겁니다.

런던의 테이트모던 얘기를 하셨습니다만, 그런 유명한 도시프로젝트들이 점점 거대해질수록 도시서민들이 외곽으로 쫒겨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일입니다. 실제로 대표적인 슬럼가였던 런던의 브릭레인-화이트채플(이스트엔드 지역)은 디자인 위크(런던 디자인 페스티발)를 하면서 유명해졌는데요, 땅값이 싸서 궁핍한 예술가들과 디자이너들이 많이 모여들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그런 행사들이 땅값을 올리고 그럴듯한 식당가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그곳 주위의 사람들은 또다시 다른 슬럼을 찾아 헤메게 될 처지에 놓여있습니다. 테이트처럼 과거의 발전소 건물을 이용하려는 사례로 배터시 발전소 프로젝트라는 것이 있는데요. 이경우에는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개발회사를 상대로 지역의 시민단체가 지역 커뮤니티센터로 활용하려고 ‘투쟁’중입니다.

여차저차, 그리하여서,, 서울시가 최근 벌여온 디자인 관련 사업들…. 뭔가 미심쩍게 보고 있습니다.

서울 디자인 수도 – 디자인에 수도라니, 뜀박질도 아니고.. 서울시 ‘수도’사업소가 그걸 맡아서 하면 물은 잘 나오겠네요.. 이 디자인 수도 사업은 ICSID라는 글로벌한 디자인 협회가 추진하는 사업인데, 이거 한다고 디자인 수도로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프랑스가 문화 올림픽 해서 그렇게 문화도시가 된 건 아니듯이, 올림픽이나 수도같은 전시형 행사에 너무 에너지를 쏟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동대문 디자인센터 – 유명한 건축가 자하하디드를 불러들여 디자인한 이 프로젝트와 관련해서 항상 ‘강제로 철거한 동대문운동장 이야기’가 따라붙을것 같습니다. 야만적인 도시행정을 놔둔채 겉만 뻔지르르하게 꾸미는건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봅니다.

이명박 정부가 인수위를 꾸몄을 때, 한번은 자하 하디드를 고문으로 위촉한다는 기사가 좃선의 일면을 장식하기도 했습니다. 말 그대로 ‘디자인’ 이 세글자가 유력 일간지 일면에 나온것은 우리나라 역사상 초유의 일일겁니다. 나중에 그냥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동의도 없이 고문을 위촉하려고…) 권력이 디자인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였죠.

그리고 아주 확실한 증거. 좃선이 올 초부터 ‘디자인 지면’을 만들었다는 사실! 이거 아주 상징적입니다. 당연히 우리나라 디자인 역사상 최초의 일임과 동시에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한겨레나 경향 등에게 아직은 ‘디자인’ 지면의 할애를 요구하는 것은 여러모로 무리니까요. 디자인 관련자로서는 좋은 떡 남이 먼저 먹은듯한 기분이 들어 참 찝찝합니다.

그럼 이만 줄입니다. 아무튼 오랜만에 반갑습니다. 한글로님 ^_^

글쓴이

ssall

Independent Researcher & Writer in Design +++ Digital Content Director at Ahn-graphics Ltd.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