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산드로 멘디니가 디자이너가 아닌 건축가를 선택한 이유

PROJECT 알레산드로 멘디니가 디자이너가 아닌 건축가를 선택한 이유 (월간디자인 발췌)
알레시의 2번째 차&주전자 프로젝트,‘Tea & Coffee Towers

20년만에 돌아온 프로젝트

포스트 모던, 수작업, 11명의 건축가에 의한 20년 전 프로젝트,‘Tea & Coffee Piazza’는 2003년 21명의 건축가와 함께‘Tea & Coffee Towers’로 거듭났다. 제1회 프로젝트에 이어 아트디렉터를 맡은 알레산드로 멘디니는 어느덧 중년의 50에서 노년의 70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1차 프로젝트 결과물의 촬영을 담당하였던 사진작가는 세상에 없고, 그 사진작가의 부인이 빈자리를 대신하였다. 20년 전 그것을 디자인할 때와 다른 점은 이 뿐만이 아니다. 그 당시는 포스트 모던의 시대였다. 출품된 건축가 11명의 작품들은 포스트 모던를 지향하는 학교에서 모델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시대적 배경을 잘 나타내 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은 어느 시대라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복합된 사회이다. 이런 특징은 두 프로젝트의 결과물 안에서 더욱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가장 현실적으로 비교할 수 있었던 것은 작업과정이다. 20년 전에는 컴퓨터로 디자인을 한 건축가들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디자인부터 렌더링에 이르기까지 컴퓨터로 작업이 이루어져 변화된 환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일본 건축가인 도요 이토(Toyo Ito)가 손으로 한 스케치와 영국 건축가 윌 알솝(Will Alsop)의 컬러풀한 렌더링이 그 차이를 대변한다.

22명의 건축가, 알레시의 앞날을 좌우한다

테이블 위의 건축물 혹은 작은 조형물 같기도 하다. 어느 빌딩의 디자인을 축소시켜 모델로 만들어 놓은 것 같은 이 프로젝트가 우리들의 일상 생활에서 하루도 빼놓지 않고 사용하는 찻잔과 커피잔 세트라니…. 이탈리아의 리빙제품 전문회사 알레시가 1983년 선보인‘Tea & Coffe Piazza’이후‘Tea & Coffee Towers’라는 테마로 10여 개 국에서 활동중인 세계적인 건축가 22인이 모였다. Vito Acconi(미국), Will Alsop(영국), Wiel Arets(네덜란드), Shigeru Ban(일본), Gary Chang(홍콩), David Chipperfield(영국), Denton Corner Marshall( 오스트리아), Dezso Ekler(헝가리), Massimiliano Fuksas(이탈리아), Zaha Hadid(영국), Tom Kovac(슬로베니아), Toyo Ito(일본), Greg Lynn(미국), Jan Nouvel(프랑스), Juan Navarro-Baldeweg(스페인), Dominique Perrault(프랑스), Kazuyo Sejima(일본). 그리고 네 그룹의 스튜디오 Future Systems(영국), Morphosis(미국), MVRDV(네덜란드), Un Studio(네덜란드)와 아트디렉터인 알레산드로 멘디니(이탈리아)까지. 총 2년여에 걸친 프로젝트를 통해 20여 개의 찻잔과 커피잔 세트, 8개의 유토피아 탑이 지난 4월 밀라노에서 전시되었다. 디렉터 멘디니는 여기 모인 22명의 건축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알레시에 있어 이 프로젝트는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기 참여한 22명의 건축가들은 앞으로 알레시 신제품의 향방을 좌우할 건축가들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Tea & Coffe Piazza’프로젝트 진행당시 11명의 건축가들은 차·커피잔 세트를 만들었고, 그 뒤 알도 로시가 디자인한‘라 코니카(La Conica)’라는 커피메이커, 마이클 그레이브스의 냄비 등을 지속적으로 시장에 내 놓게 된 것이다. 후에 이 제품들은 알레시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렇듯 알레시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소재와 시장 분석 등도 함께 발전시켜 나가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선정된 21명의 건축가들이 전부 앞으로 출시될 알레시의 제품 디자인을 계속 하게 될지 아직은 모르는 일이다.

멘디니, 왜 디자이너를 거부했나?

알레산드로 멘디니를 제외한 21명의 건축가들은 제품 디자인이라는 것을 해 본 사람들이 아니다. 알레시와 알레산드로 멘디니는 왜 제품디자인을 한번도 해 보지 않은 건축가들을 선택했는가?

간단하다. 디자인은 건축의 작은 한 부분이다. 스케일과 어느 장소에서 보느냐 등, 관점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날의 디자인은 매너리즘에 빠진 낡은 생각으로 철학도 없고, 역사의 흐름도 모르고, 명확한 근거도 없다. 그리고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디자인만 하는’일반 디자이너보다 건축가를 선택했다. 반대로 건축과 예술 분야에서는 디자인 분야와 달리 새로움과 미래지향적인 요소를 모색하려는 노력을 많이 기울이고 있는 것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이번 작품을 보면 알겠지만, 21명의 건축가들이 현재의 디자이너들과 다른점이 있다면, ‘명백한 그들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고,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들, 그리고 창조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들이며, 시대적인 배경을 인식하는 사람들, 늘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장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깊이 있는 건축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들이라 그들을 선택했다. 오늘날 디자인의 올바르지 못한 흐름이 안타깝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좀 더 깊이 있는 디자인을 했으면 좋겠다.

글쓴이

Yoonho Choi

independent researcher in design, media, and locality & working as a technology evangelist in both design and media indust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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