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가 쫓겨날 처지 소녀가장 위해 소취하시켜
현직 판사가 임대료를 내지 못해 소송을 당한 소녀가장을 위해 대신 임대료를 내겠다고 나서면서 이웃주민들이 이 소녀 돕기운동을 벌여 결국 소송을 취하시킨 사실이 알려졌다.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박혜영(가명)양은 어릴 때 가정불화로 어머니는 가출하고 아버지마저 초등학교 3학년 때인 지난 97년 아파트14층에서 뛰어내려 자살해버렸다. 소녀가장이 된 박양은 80세가 넘은 할아버지와 함께 국가에서 지급하는 적은 보조금으로 임대아파트에서 겨우 생계를 이어왔다.
그러던 중 임대아파트의 임대료와 관리비 등을 장기간 체납하자 서울시 도시개발공사는 지난 6월 박양을 상대로 법원에 집을 비우라며 건물명도 소송을 제기했다. 이대로 가면 소송 결과는 뻔했고 박양과 박양의 할아버지는 어쩔 수 없이 집에서 쫓겨날 형편이었다.
그러나 사건을 맡은 서울지법 남부지원 민사7단독 곽용섭(郭龍燮·사시35회) 판사는 박양의 딱한 사정을 알고는 원고측 대리인인 김모씨를 판사실로 불렀다. 곽 판사는 “내가 판결해 나이도 어린 박양이 집에서 쫓겨나면 어떻게 하겠느냐. 내가 체납금 77만원을 부담할 테니 소송을 취하하면 안 되겠느냐”며 원고를 설득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파트 주민들은 “단지 내 이웃의 어려움을 우리가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한다”며 알뜰시장을 세웠고 여기에서 나온 수익금으로 박양의 장기 체납금을 해결해줬다. 소송 역시 지난 9월 1일자로 취하돼 종결됐다.
이러한 사실은 원고측 소송대리인인 김씨가 최근 “냉철한 법리가 지배하는 법원에서 이런 감동을 주는 인간적인 판사를 만나는 것은 황무지에서 피어난 한송이 꽃을 보는 것과 같다”며 대법원 홈페이지에 사연을 올리면서 알려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