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에서는 소위 ʻ문명ʼ을 지닌 인간이 나타나기 직전의 세계상을 다루면서 일부 대륙(유라시아)에서의 발전이 그 외의 곳들보다 빨랐다는 사실을 여러 고고학적 근거를 들어 설명했다. 2장에서 저자는 19세기 중반의 폴리네시아에서 모리오리족이 멸족한 사건을 예로 들어 환경-역사 간의 연결고리가 실제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보여준다.
1835년 12월, 모리오리족(채텀 제도)은 수적인 우세에도 불구하고 배를 타고 침입한 마오리족(뉴질랜드)에 의해 공격을 받아 멸족당한다. 사건이 발발했던 당시, 두 종족은 무기, 조직력, 사회구조, 심지어 먹는 것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차이를 갖고 있었고, 그 우열에 따라 전쟁의 결과가 결정된 것이다. 사실 여기까지는 세계사의 다른 전쟁에서 승패를 갈랐던 이유들과 다를 것이 없겠지만, 문제는 이 두 종족이 800년 전에 뉴질랜드로 함께 이주했던 비교적 ʻ완벽히ʼ 동일한 사람들이었다는 점이다. 저자는 이렇게 다른 방향으로 진화하게 된 원인을 이해할 경우 그 해석 모델을 다른 대륙의 경우로 확대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모리오족 사건이 벌어진 폴리네시아 : 사건이 벌어진 지역을 넓게는 ʻ폴리네시아ʼ라고 부르는데, 이곳에는 수없이 많은 섬들이 있
다. 광범위한 지역에 펼쳐진 곳곳의 섬들로 BC1200 ~ AD1000년 사이 사람들이 이주를 했는데 그들 모두는 본래 뉴기니 북방의 비스마르크제도에서 살았던 하나의 종족이었다.
* 뉴질랜드 : a. 온대기후인 북부에서 농경, 잉여생산물을 만들어 기술/군사 전문인 양성 b. 넓은 지역에 걸쳐 국지적으로 인구가 밀집되면 전쟁이 자주 발발
* 채텀 : a. 한랭기후이기 때문에 이주 후 수렵채집으로 변화했고, 이로 인해 잉여생산이 불가능했으며 비수렵 전문인을 갖지 못함 b. 지리적 고립으로 인해 전쟁보다는 공동체적 사회 형성했고 중앙권력은 존재하지 않았음
폴리네시아의 다른 환경적 요인들 : 폴리네시아의 서로 다른 섬들은 조직력, 식량수급, 사회-경제-정치구조 등에서 아주 큰 차이를 보여준다. 저자는 이를 여섯가지의 요인으로 적고 있는데, 기후, 지질유형, 해양자원, 면적, 지형적 문열, 고립성 등이다.
* 기후 : 섬들 대부분은 열대/아열대이지만 뉴질랜드 대부분은 온대, 채텀과 뉴질남섬 한랭.
* 지질 : 환초들이 있는 섬은 담수가 없는 반면 뉴질랜드는 광물자원 풍부, 일부 화산섬은 사용(토기) 가능한 토질이어서 환초보다는 우월, 화산섬들 간의 고도 차이 등등.
* 해양자원 : 환초섬은 해산물이 풍부하나 해안암벽형 섬은 반대
* 면적 : 가장 작은 섬과 큰 섬의 차이 = 27만km2(뉴질랜드)
* 고립성 : 이스터, 채텀 등은 크기가 작고 지리적으로 다른 섬과 격리되어 사회가 구성된 후엔 철저히 고립된 상태로 발전.
사례, 먹거리의 변화상 : 대부분의 폴리네시아 섬들에는 격리되어 진화한 날지 못하는 조류들이 많았는데, 최초의 이주민들은 그러한 조류를 식량으로 이용했다. 가령 뉴질랜드 남섬에 서식한 새들은 손쉽게 잡을 수 있어 대부분 전멸했는데, 일부 섬에서는 서식 조류가 급감하긴 했지만 여전히 중요한 식량으로 사용되었다. 이스터섬 등은 제한된 해양자원을 극복하기 위해 자체생산에 의존했다. 폴리네시아인 선조들이 들여온 개, 닭, 돼지는 서로 다른 섬에서, ʻ서로 다르게(이스터:닭, 뉴질:개)ʼ 살아남았다. 하지만 이런 음식들은 간헐적 먹거리일 뿐이었고 주된 식량은 농업을 통해 조달되었다. 폴리네시아의 최초 작물은 외부로부터 도입한 열대성 작물들이었다. 이런 작물들은 아남극성 위도에서는 성장하지 않으므로 채텀과 같은 곳에서는 농경 유지가 불가능했고 수렵을 선택했다.
인구밀도 _ 정치, 경제, 사회의 다양화 : 환경에 따라 먹거리의 변화가 심했기 때문에 그에 따라 인구도 집중하거나 감소, 유지되었다. 수렵채집사회(채텀 5/마일)에 비해 집약농업을 하는 섬(하와이 300/마일)들은 인구밀도가 엄청나게 컸다. 인구규모=인구밀도 X 정치적 단위의 지리면적…인데, 여기서 정치적 단위란 어떤 강력한 지형적 장애물에 의해 고립된 섬(채텀, 환초섬등), 혹은 하나의 계곡일 수도 있고, 소통이 편한 여러 섬들의 집합(통가)일 수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총 인구 규모가 크고 인구밀도가 높을수록 기술과 조직은 점점 복잡해진다. 밀도가 높은 사회에서는 일부(%/전체)만 농경에 종사해도 집약적 식량생산을 통해 잉여농산물을 생산하고 그것으로 비생산자들을 먹여살릴 수 있었다. 채텀처럼 밀도가 낮거나 작은 환초섬처럼 규모가 적은 경우 경제 체제가 단순했다. 이런 경향은 사회적 복잡성, 정치적 조직체계, 유형문화의 발달 등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폴리네시아는 환경과 관련해서 인간사회가 다양하게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지만 세계전역을 놓고 보면 작은 부분일 뿐, 개연성 이상의 의미를 갖지 않는다. 그렇다면 다른 대륙에서 그 다양화를 야기시킨 환경적 차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