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체육이 먼저… 올림픽 매카시즘 극복해야” 목소리 꿈틀
“평창 올림픽 경기장 개발을 위해서 반 환경적인 공사를 많이 해야 합니다. 하지만 섣불리 비판할 수 없는 게 현실이죠. 워낙 국민적으로 치러야 하는 것 같은 행사이기 때문에…”
지난 5월 초 한 환경단체 간사가 한 말이다. 그는 인력의 한계도 있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국제 대회를 유치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부담스러워 환경문제를 제기할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이처럼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서는 ‘대회 자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만큼 전국민적으로 관심을 모으는 큰 규모의 국제대회가 열려왔다. 지난해 월드컵을 필두로 아시아 경기대회, 아태 장애인경기대회가 열렸고, 올해에는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와 피스컵 축구경기대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국민통합용으로 시작된 올림픽
이러한 국제 규모의 대회가 시작된 것은 86년 아시아 경기대회와 88년 올림픽이 서울에서 개최되면서부터다. 이 두 대회는 군사 정권의 정통성 확보와 국내 통치 강화의 정치적 목적이 더 강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중앙대 안민석 교수(사회체육)는 “당시 정권은 정통성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스포츠를 국민통합용 기제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국제대회의 성공은 국민들에게 대단한 자신감을 준 것도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이후 지방자치제를 시작하면서 각 지자체 별로 국제대회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97년에는 무주 동계 유니버시아드 경기와 부산 동아시아 경기대회가 열렸고, 99년에는 동계 아시아 경기대회가 용평에서 개최됐다.
대회 대부분은 성적으로 보나 외적으로 보나 ‘성공’이라는 선물을 가져다 준 것이 사실이다. 또한 대회를 개최한 지자체들로서도 대회 개최가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런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올해에는 2010년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에 나섰다. 체코 프라하에서의 투표 결과 아깝게 유치에 실패하긴 했지만, 기대이상의 선전으로 전세계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물론 김운용 IOC 부위원장의 책임론 문제로 국내에서는 아직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사실 동계 올림픽만 유치하면 우리나라는 국제 규모의 대회를 모두 한번 이상씩 치르는 셈이다. 이제 막 선진국에 진입하려고 하는 작은 나라로서는 기적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생활체육이 먼저, 국제대회는 좀 쉬자” 목소리 꿈틀
하지만 체육계 일각에서는 스포츠 관련 저변이 제대로 구축되지 못한 우리나라에서 연이어 국제대회를 개최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국가 이미지를 제고시키고 경제력 강화, 국민 통합 등 큰 장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제는 눈을 안쪽으로 돌려 생활체육 활성화, 체육시설 확보 등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특히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못한 우리나라에서는 국제대회를 유치할 때마다 규격에 맞는 시설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 결과 대회를 치른 이후 경기장 시설의 활용에 골머리를 앓는 경우가 많다.
실제 지난 해 월드컵 이후 월드컵을 위해 새로 건설한 경기장들은 서울 상암 경기장을 제외하면 모두 지난해 하반기, 올 상반기 적자를 기록했으며, 올해 하반기도 적자를 벗어날 뾰족한 방법이 없다.
이번 평창 동계 올림픽을 개최하기 위해서 우리나라는 필요 시설 총 13개 중 8개를 새 새로 만들어야 했던 반면, 경쟁도시인 벤쿠버와 잘츠부르크는 이보다 적었다.
스포츠 선진국 대부분은 생활체육이 근간이 돼 엘리트 체육과의 연계가 굳건한 반면, 우리나라는 두 축이 따로 돌아가고 있다. 이제 엘리트 체육이 중심이 된 국제대회 유치는 잠시 쉬더라도 두 축의 보완을 위해 예산도 투입하고 장기적인 계획도 세우자는 것이다.
중앙대 안 교수는 “우리나라는 이상하게 국제대회가 만능인 양 돼 왔다, 이번 동계 올림픽 유치도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는데 반대 의견을 내면 비애국자가 된다”며 “이런 것은 일종의 ‘올림픽 매카시즘’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금 시점에서 2014년 동계 올림픽 유치를 다시 진행하는 것보다 동계 종목 활성화부터 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라며 “생활체육이 먼저 활성화 돼야 국제대회 유치도 힘을 받고 자연스럽게 성공할 수 있는 것이지 풀뿌리 구조 없는 가운데 (대회) 유치만 궁리하다 보니 항상 무리수가 따른다”고 덧붙였다.
안 교수는 “예산이라는 것이 한정돼 있기 마련인데 지난 월드컵에 투입된 국민체육진흥공단 기금 2000억원 중 많은 부분은 생활체육에 투입돼야 하는 것이었다, 올림픽 등 큰 규모의 대회가 유치돼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이제는 ‘엘리트 패러다임’에서 ‘국민체육 패러다임’으로 전환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려대 류태호 교수(스포츠 교육학)도 “국제대회 유치엔 언제나 일종의 국제 경쟁력 강화가 우선이었기 때문에 분위기와 상관없이 국가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해 왔다”며 “언제까지 이런 일이 되풀이 될 순 없다”고 지적했다.
국제대회 유치의 대명사처럼 여겨져 왔던 김운용 IOC 부위원장은 지난주 와의 인터뷰에서 “월드컵 경기장이 모두 적자를 보고 있는데 대회 이후 시설들을 활용할 수 없다면 그 대회는 지양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물론 당시 그는 동계 올림픽에 대해서는 꼭 필요하다는 논리를 폈다.
유치 반대 의견 내면 ‘비애국자’ 분위기…”올림픽 매카시즘”
하지만 여전히 국제대회의 장점을 더 크게 보는 목소리가 대부분이다.
국민생활체육진흥협의회 관계자는 “너무 과시적이고 전시적으로 외형적 볼륨을 키우기보다 국민 모두에게 혜택이 갈 수 있는 체육정책이 필요하지만, 이는 지금까지 제대로 정책에 반영되지 못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개발도상국에서 국제대회 유치는 아직까지 국가를 알리는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화부 노태강 국제체육과장도 “생활체육과 국제행사가 상반되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며 “생활체육은 전체 국민들을 위해 수행해야할 업무이고 올림픽 등 대회는 전국민이 참가하는 축전을 목적으로 부수적인 사회 문화적,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둘을 병행해 추진해야 함을 강조했다.
체육과학연구원 임번장 원장 역시 “국제대회 유치는 ‘체육’이 아니다”라며 “국가 생존과 결부된 사업이기 때문에 생활체육이 뿌리를 내리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겉으로는 ‘생활 체육-엘리트 체육 병행’을 주장하고 있지만, 관심도나 예산배정 등 모든 부분에서 생활 체육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한 지금과 같은 기형적인 구조는 개선되기 힘들어 보인다.
2003/07/15 오전 7:07
ⓒ 2003 OhmyNews
생활체육, 엘리트체육, 메카시즘..
어느 분야건 해당되는 비슷한 얘기로 들리기도 하네요..
메카시즘이 어떤 것인지 설명해주실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