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노 요코 YES YOKO ONO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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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로댕갤러리에서 개막 예정인 오노 요코 YES YOKO ONO전은 예술의 영역을 확장시킨 서구 플럭서스(Fluxus) 운동의 형성기에 중심적인 역할을 했던 오노 요코의 40여 년에 걸친 다양한 작업을 총망라하는 대규모 첫 회고전이다.

2003-06-21 부터 2003-09-14 까지 로댕갤러리(02-2259-7781)

대체로 일반인들에게 오노 요코라는 인물은 존 레넌이라는 이름과 짝을 이루어야 쉽게 다가오는 존재이다. 그만큼 존 레넌과의 관계는 오노 요코의 이름을 세계 만방에 알린 배경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오노 요코 예술가로서의 본연의 정체성은 상대적으로 축소되거나 가려져 왔다. 예술가로서보다는 존 레넌의 아내로서 세인의 높은 관심과 따가운 질시를 한 몸에 받아온 오노 요코는 남편 레넌의 표현대로 너무나 유명한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였고 “모든 사람이 그녀의 이름을 알지만 아무도 그녀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그런 존재였다.

자유정신의 작가 오노 요코

오노 요코는 플럭서스의 여명기에 등장한 명민한 아시아 여성작가였다. 1933년, 일본의 명문가이자 부유한 은행가의 딸로 태어난 오노는 부모의 적극적인 교육으로 성장기에 다양한 문화적 소양을 쌓았고, 청년기에는 당대의 철학에 심취하며 사상적 기반을 다졌다. 그는 안정이 보장되는, 그러나 구속일 수도 있는 명문가 자제로서의 지위를 박차고 자유로운 정신과 체험을 구가하며 전위적인 삶을 살아왔는데, 그의 삶이 보여주는 얽매이지 않은 자유 정신은 바로 그의 작업을 이루는 큰 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유년 시절인 2차 대전의 말미에 일본에서 전쟁의 폐해를 직접 경험한 오노는 오랜 동안 반전과 평화를 주창해왔고, 작품을 통해서도 평화와 신뢰를 바탕으로 인간의 관계를 다루어 왔다. 오노 요코의 예술은 세상에 대한 희망과 ꡒ긍정(YES)ꡓ을 담은 그녀의 메세지인 것이다.

오노 요코와 플럭서스

오노 요코의 본격적인 예술 행보는 그녀가 1950년대 중반부터 미국 뉴욕에서 거주하면서 시작되었다. 1950년대 후반 이후 60년대 초반, 예술의 주류는 추상표현주의를 거치면서 모더니즘의 정점을 향해 가고 있었고 다른 한편에서는 팝아트가 서서히 모더니즘의 반작용으로 등장하고 있었다. 여기에 2차 대전 이후 서구 합리주의에 대한 반성에서 지식인과 젊은이들 사이에는 비서구적인 가치들, 동양의 전통 사상이 대안의 문화로 확산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사회문화적 분위기에서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예술로 포함될 수 있다는 존 케이지(John Cage)의 전위적인 발상이 싹텄고, 여기에 조지 마키우나스의 본격적인 활약과 백남준 등 여러 작가들의 가담으로 세계적인 플럭서스 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플럭서스 운동의 크로스오버 특성의 뿌리는 서구 미술의 역사에서 볼 때 20세기 전반의 다다와 미래주의에서도 찾을 수 있으며, 그 대명제는 일상과 미술의 결합이었다. 1960년대 초반, 오노 요코는 그 자신의 다양한 경험과 관심을 반영하듯 시와 음악과 영화, 퍼포먼스, 오브제 미술 등 여러 영역을 넘나드는 작업을 펼쳤고, 오노에 대한 최근의 연구 결과들은 오노의 열린 예술 개념이 바로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물어 상호 결합을 도모했던 플럭서스 운동의 형성기에 중요한 초석이 되었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오노의 예술는 플럭서스 예술의 틀을 넘어서고 있는데, 그것은 그의 작업의 핵심이 단순한 일상과 예술의 결합이라기 보다 작품을 통한 작가와 관람자의 긴밀한 교감이라는 점이다. 실물 오브제와 글 등으로 이루어진 오노 요코의 작품들은 눈으로 감상하고 음미하는 대상이라는 작품개념을 벗어나 우리의 상상을 자극하고, 상상이 갖는 무한한 가능성을 일깨운다. 그의 작업은 작품을 완성하는 역할의 반을 관람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그것은 때로는 머리 속으로 상상을 통해 개념적으로만 이루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몸으로 직접 작품을 체험하여 작품의 완성에 가담하도록 이끌기도 한다. 오노 요코의 작품들은 대체로 시각적으로는 대부분 생경하지만 그 개념은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현대미술을 반추하게 한다.

작가의 예술 제작과 관람자의 예술 감상 체험의 분명한 경계를 흩뜨리는 것은 초기부터 일관된 오노 요코의 작업 특성이다. 예를 들어 오노 요코의 초기작인 들은 그녀가 제시하는 지시문을 타인이 그대로 따라 행하여 작품을 제작하거나 퍼포먼스를 벌일 수 있는 일종의 ꡐ각본ꡑ과 같은 작업이다. 관람객의 활발한 머리 회전과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그의 작업은 플럭서스 또는 개념미술과 같은 국제적인 미술운동들의 중심이었던 ‘언어’와 ‘참여’라는 개념의 근본을 정립하였다.

오노 요코 바로 보기

그러나 오노 요코와 그의 예술은 그녀가 서양에서의 동양인, 더우기 여성임으로 인해 미술계의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오지 못하였고, 무엇보다도 유명 팝스타의 아내라는 위치로 인해 가십과 편견이 난무하는 가운데 오노의 작업은 더더욱 예술로서 대중에게 다가오지 못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오노 요코의 대규모 회고전은 유명 존 레넌의 아내 오노 요코가 아니라 진정한 한 예술가로서의 오노 요코의 존재를 일반인에게 깊이 각인시켜준 훌륭한 전시로, 지난 2000년 뉴욕 재팬소사이어티에서 기획되어 첫 전시가 열린 이래, 미국 내 6개 도시의 주요 미술관들을 순회하며 성공적인 전시로 미술계의 큰 주목을 받았고, 삼성미술관과 로댕갤러리는 미국 순회전 이후 첫 아시아 순회전을 유치함으로써 한국의 미술애호가들 또한 오노 요코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그것은 단지 한국에 일본 작가를 소개한다는 국지적 의의만이 아니라 세계의 미술 운동에 참여하는 아시아 작가에 대한 소개. 국내에서도 역시 존 레넌의 아내로서 너무나 유명한 ꡐ잘 알려지지 않은ꡑ 예술가 요코 제대로 보기 위한 자리라고 할 수 있다.

전시의 구성

조각과 회화, 설치와 영상, 사진과 자료 등 126점의 다양한 작품이 선보이는 이번 오노 요코전은 연대기와 작품의 형식에 따라 여섯 개의 작품군으로 구성되었다. 먼저 ‘그레이프후르트’를 소제목으로 하는 전시의 도입부는 1960년대 초반, 플럭서스 형성기와 일치하는 초기의 개념적인 작업을 소개하여 오노 요코 작업의 기본 방향을 제시해줄 것이다. 여기에는 대표적인 초기 작업인 과 함께, 존 레넌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 주고 이후 오노 요코와의 만남의 계기가 된 작품이자 이번 전시의 원제인 YES YOKO ONO의 출처이기도 한 이 소개된다. 두 번째 전시공간 ‘바람의 반’은 역시 개념적인 성격이 다분한 초기의 독특한 오브제 작업들이 소개된다. ‘파리(Fly)’라는 중의적인 소제목을 붙인 세 번째 작품군에서는 오노 요코가 벌인 파격적인 이벤트와 퍼포먼스, 영화들을 사진과 영상으로 보여주며, 아울러 네 번째 전시 공간에는 오노 요코의 작업과 관련한 다양한 자료들이 함께 소개된다. ‘전쟁은 끝납니다’라는 캠페인 작업의 이름을 소제목으로 한 다섯 번째 전시 공간은 존 레넌과 공동으로 벌인 각종 평화 운동의 면면을 보여 준다. 마지막으로 여섯 번째 ‘신뢰로써 경기하라’ 작품군은 자신의 초기 오브제들을 1988년 이후의 청동 재제작한 작품들과 최근작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대형 설치 작업인 그리고 무엇보다도 로댕갤러리의 글래스 파빌리온에 40여개의 아크릴판으로 세운 미로(迷路)인 는 관람객들에게 유쾌하면서도 긴장감있는 작품 체험을 가능케 할 것이다.

태현선│삼성미술관 전임연구원

글쓴이

Yoonho Choi

independent researcher in design, media, and locality & working as a technology evangelist in both design and media indust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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