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의 맥락에서 공예의 의미는 항상 유동적이었다. 서양의 고대미술에서 공예라는 어의는 이후의 모든 예술을 포함하는 원초적인 것으로 설명될 때도 있다. 그러나 본질에서 벗어난 그러한 판단은 공예라는 단어 자체에 어떤 불변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그 잘못이 있다고 하겠다. 공예라는 단어가 규정되는 것은 그것이 인정되는 사회의 미술배경 위에서 판단되어야 하며 그렇다고 하더라고 그것은 단일하게 규정되기는 힘들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현대공예는 과연 과거의 공예와 다른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 우선 현대의 공예는 조형성을 추구하는 미술공예와 그와는 달리 실용성을 추구하면서 산업디자인과 그 근원에서 많은 부분을 나눠가지는 실용공예로 나누어진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현대공예가 다른 두가지의 양상을 보이는데에는 과거 유럽의 산업혁명기를 전후로한 산업디자인운동과, 한편으로는 사진의 개발과 같은 회화영역의 위기로 인한 형식미술 성향이 유행하는 와중에 각 지역의 공예의 역할은 실용과 표현(조형)사이에서 특정한 위치를 설정해갔기 때문이다.
일반화할수 있을만한 현대공예의 특징적인 점은 과거의 광의의 개념, 즉 전반적인 미술적 행위들(고대의 건축, 조각, 벽화 등등)이 장르별로 사회적 역할을 세밀하게 분담하지 않았던 시기였을 때의 ‘미적인 가치를 가진 물건들을 만드는 모든 행위를 말하는 것’과는 달리, 현대의 공예는 산업혁명기 이후의 분업화&전문화 유행에 따라 역시나 분화된 ‘순수예술로부터 산업디자인까지의 다양한 스펙트럼’의 한가운데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한편으로 현대공예는 (공예 안에서의)예술의 영역과 실용의 영역을 모두 포함한다. 하지만 이런 판단은 스스로 근대화과정을 겪으면서 사회적 역할을 조율한 구미의 경우에 국한하여 타당할 수 있으며 식민통치기를 거친 대부분의 약소국이나 지역적 특성에 따르는 고유한 공예문화를 가진 국가들에서는 그리 들어맞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