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비비씨의 다큐멘터리에서 유럽사람들이 쓰고 버린 컴퓨터가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제3세계에서의 범죄와 환경파괴원인이 되는 고리를 찾는 내용을 방송했습니다.
이야기는 나이지리아의 한 컴퓨터 상점에서 구입한 중고 하드디스크에 담긴 내용을 복구해서 찾아낸 다음, 그 정보를 들고 직접 원래사용자들을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영국이나 유럽에서 난데없이 자신의 모든 사실을 알고있는 기자를 만난 일반인들은 아주 놀라버리죠.
하드디스크의 정보가 개인사용자 수준의 단계에서 깨끗이 지워지기란 쉬운일이 아닙니다. 단순한 디스크 포맷과 지우기 정도는 마치 서류 캐비넷의 분류표정도만을 지우는 것과 같아서, 이렇게 포맷된 디스크에서 하나하나의 파일들을 살리는 일은 전문집단이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문제는 이런 컴퓨터의 사용량과 교체주기가 빨라지면서 공개되는 사적인 정보의 량 또한 엄청나게 늘어났다는 겁니다.
이 다큐멘터리의 자문을 맡은 사람은 경찰이나 조사기관의 요원이 아닌 ‘환경전문가’였습니다. 유럽에서 모아진 컴퓨터들 대부분은 재활용을 목적으로 수집되어지고 있었고 이것들은 원래 목적대로라면 아프리카와 아시아등의 저개발국가의 교육용으로 쓰여야하는 것이었는데 알고보니 그렇지가 않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중고 컴퓨터 재수출은 재활용의 껍질을 쓴 범죄이고 폐기물 투기와 같다는 생각을 그 전문가는 하고 있었습니다.
요약하자면 유럽에서 재활용을 목적으로 모아져서 아프리카로 보내지는 컴퓨터들 대부분은 전문 마피아들의 정보범죄목적으로 구입되어 이용되고있고, 혹은 불법적 금속채취(기판과 부속품들에서 금, 은, 구리, 알미늄 채취)에 쓰여지고 있다고 합니다. 자료에 의하면 영국에서 매년마다 23,000톤, 75만대 가량의 컴퓨터들이 저개발국으로 재판매된다고 하는군요.
산더미와 같은 모니터의 유리성분과 돈이 안되는 폐기물들이 제3세계국가들에 갈수록 쌓여만가고 있는 것도 아주 큰 문제라고 합니다. 마피아들은 신용카드와 신상정보를 대규모 인원을 동원해 추출해서 판매하는 일을 공공연히 벌이고 있고, 동네 청년들을 고용해서 이메일주소를 긁어내는 인터넷 카페 주인들까지 있었습니다. 인도의 변두리에서는 컴퓨터 부품들을 망치하나만 가지고 부순 뒤 강력한 산에 넣고 끓여서 구리와 같은 금속부품성분을 추출해서 판매하는 일들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었는데, 주로 극빈층들이 이런 일에 동원되고 있고 대부분 독성약품에 중독되거나 호흡곤란등의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터뷰한 인도의 ‘반독성물질운동’자원활동가는 ‘제발 유럽의 컴퓨터를 이리로 보내지 말아주세요!’라고 하더군요.
요즘 세상에서 어떤 물건을 ‘구입’하고 ‘사용’하는 일, 참 간단치 않은 문제같습니다. 아무튼 공장이 망하건 나라가 망하건간에 물건은 오래 오래 잘 쓰고볼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