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링 포 콜럼바인, 한국

지금 막 보고 나왔습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고 해서 꾸역꾸역 몸을 끌고 가봤습니다.

정말 베스트 다큐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후반 4-50분은 허리를 펴고 차렷 자세로 긴장된 채 전개를 지켜봤을 정도였습니다. 약간은 유쾌하면서도 냉소적인, 그리고 끈질긴 수많은 인터뷰들은 바로 ‘인터뷰의 정수’를 보여주는 듯 하더군요.. 대답을 이끌어내는 방법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실증적인 다큐멘터리(?)기법이라고 해야 할까요? 대충 얼버무리면서 감정에 호소하는 그런 식의 다큐멘터리들과는 달랐습니다. 마이클 무어라고 하던가요?,, 그의 큰 몸집이 걸어가는걸 보고 있자니 ‘곰처럼 꾸준하다.’라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마지막 부분에, 그 전미 총기협회장이라는 거시기 배우에게 ‘소녀에게 총을 맞아 죽은 역시나 소녀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걸 보라”고 거듭하는 그의 얼굴이 잡히는 부분. 오늘의 베스트 장면 이었습니다.

다만 그런 내용을 즐거움으로 받아들이자니 너무나 당혹스러워서 웃음이 나오지를 않습니다. 따져서 생각해보면 참 우울한 영화…입니다. 바로 내가 여기 살고 있는 것이니…말입니다. 미국에서 사는 분들… 의 인내력 –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_- (유학을 다녀온 분, 이민을 간 분.. 등등 포함)

영화를 보고 집으로 오는 길에 라듸오 뉴스를 들었습니다. 카드 빚 때문에 목숨을 끊은 두 형제와, 어떤 이유 때문인지 생명을 포기하고 길음동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져 숨진 세명의 여학생들 소식이었습니다. 저는 그 전 처럼 “그러니까 돈은 조심해서 써야지,,,”, “나약해서 그래…”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방금 전에 본 영화에 빗대어 생각하자면.., ‘그 두 형제가 그 상태에 이르기 까지 가도록 조장한 것은 무엇이었나?’이거나 ‘세 여학생이 그토록 살아가려는 희망을 버리가 된 원인’에 대해서 누군가는(언론이나 사람들 모두..) 말해야만 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한편으로는 영화의 내용과 방금 라듸오에서 나오는 뉴스의 현실이 너무나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카드회사는 카드를 마구 지급한다….
아이(돈을 잘 못쓰는 이)들은 마구마구 카드를 만들어서 쓴다…
빚을 진다.
자살한다.
언론은 ‘아이들의 무분별한 소비행위에 경종을 울려야 합니다.’
카드사는 당장 광고를 만든다. ‘ 아이에게 돈을 잘 쓰는 법을 가르치세요. 부자가 됩니다..’

끝입니다.. 그럼 이만..
쌀.

글쓴이

Yoonho Choi

independent researcher in design, media, and locality & working as a technology evangelist in both design and media industries

“볼링 포 콜럼바인, 한국”에 대한 12개의 생각

  1. 마를린 맨슨이 악마가 아니라, 아주 합리적인 사고를 가진 아티스트임을 깨닫게 해주고, 제 안의 편견들을 많이 걷어준 좋은 작품이죠. 무어 아저씨 좋아요…

  2. 저도 매우 인상깊게 본 영화였답니다.

    웃기는건 마이클 무어 감독하고
    윤호형하고 좀 닮은거 같은뎅….??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3. 저도 매우 인상깊게 본 영화였답니다.

    웃기는건 마이클 무어 감독하고
    윤호형하고 좀 닮은거 같은뎅….??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4. 종로에서 어제(21일) 밤에 아직 간판이 걸려있는
    것을 보았는데 어제가 마지막이었나요..

    흠..
    더 이상은 영화를 본 이후라야 말할수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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