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지역만 유사소송 30여건… 파장 클 듯, “세입자 기본권 보호 등 재개발 정책 바꿔야” <경향신문> 2009.05.23 01:05
서울서부지법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 제49조 제6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받아들임으로써 도심재개발 과정에서 항상 등장했던 ‘철거와 보상’을 둘러싼 물리적 충돌이 끝날 수 있는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다른 재개발지역 주민들이 이번 위헌법률신청을 제청한 ‘용산역 전면 2구역’ 세입자들과 같은 내용의 위헌심판 제청을 신청해 받아들여질 경우 해당 지역 개발사업은 사실상 중단될 수밖에 없다.
이미 지난 1월20일 ‘용산 참사’가 벌어진 용산 국제빌딩 주변 4구역 주민들도 용산역 전면 2구역 세입자들과 같은 위헌심판 제청을 서울서부지법에 신청한 상태다.
서울서부지법에 따르면 유사한 소송이 이미 30여개에 이른다. 법원 관계자는 “세입자들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재개발조합 등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측은 지금까지 이 조항을 들어 이사를 거부하는 재개발지역 세입자를 대상으로 건물명도소송을 내고 승소한 뒤, 건물을 강제로 철거해왔다.
뉴타운·재개발지역 세입자들은 이로 인해 조합 측과 보상 협의도 하기 전에 집이나 상가 등에서 쫓겨나야 했다.
상당수 재개발사업 현장에서 세입자들이 연일 시위를 벌이고, 철거에 맞서 철거반원과 무력 충돌을 불사하는 것도 이런 법적 맹점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법원의 이번 판결이 관리처분계획이 인가되면 세입자들이 쫓겨나던 관행을 막고, 세입자들의 재산권을 인정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인 제이앤드케이의 백준 대표는 “현재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아 사업이 추진 중인 다른 지역도 위헌심판을 제청할 것이 뻔하다”면서 “재개발조합이나 건설회사들은 세입자들과 보상 협의가 길어져 사업이 중단되면 막대한 금융비용이 들기 때문에 지금까지 외면한 세입자들과의 협의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 대표는 “결국 세입자들의 재산권이 보호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법원의 결정에 대해 ‘용산4구역세입자대책위원회’와 민주노동당은 “이번 판결은 그동안 기본권으로서의 재산권까지 무시당해온 재개발지역 세입자들의 기본권을 인정했다는 측면에서 환영한다”며 “정부는 재개발지역 세입자의 기본권 문제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통해 정책 전환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서울시에는 지난해 말 기준 사업시행 인가를 받아 개발사업이 진행 중인 재개발구역이 78곳, 인가를 받거나 시행 중인 도시환경정비구역이 230곳이며, 34개 뉴타운지구의 175개 구역이 정비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 김기범기자 holjjak@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