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인가 여행인가..

아,, 또 한글이 된다.

나랏말..이라는 뜻 처럼 문자 또한 국가적으로 고유한,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고생스러운 물건임에 틀림없다. 단지 외국에 있다고 해서 ‘통’하기 위해 거쳐야 할 일이 많은 걸 보면 소유의 영역에 문자나 언어와 같은 말의 개념 또한 집어넣어야 할 듯 싶다.

어제는 법정의 무소유라는 텍스트를 엄청나게 ‘소유적’이어야 가질법한 아이팟으로 읽고 말았다. 법정의 가지런한 말의 넘나듬을 ‘소유적’인 아이팟으로 보니 기가 막혔지만, 조금만 더 읽다보면 아이팟을 버릴만한, 그리고 거대한 괴물덩어리 니콘 70s를 버릴만한 용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잠깐동안은 영국에 가는 일, 디자인에 집착하는 일… 등의 – 뭐 스님들이 보자면 전부 다 ‘세상’에 집착하는 것이라 하겠지만 – 내가 소유한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짠..한 기분..이 느껴진다. 비까지 주룩주룩 오는데, 그리고 나는 여행중인데,…. 뭔가 내 주위의 삼박자란 무소유를 실천하는 일에 어울릴만한 분위기였던 것이다.

안그래도 법정은 여행이라는 것이 자신에 대해 돌아보는, 그래서 그저 읽어서 얻거나 보아서 얻은 언어의 장난질 같은 한낱 지식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자신만의 지혜를 엮기 좋은 일이라고 하더라. 선승들은 세달마다 문 너머 세상으로 나가, 그저 돌아다니며 세상 돌아가는 법을 구경한다는데 나는 너무도 오래 한자리에 서있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여기 베를린만 해도 그렇다. 머문지 몇일 되었다고 나름의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나와 다른 사람간의 네트워크, 내 이동의 방식과 자취들은 낮설어야 할 여행길에 정말 낮선 익숙함이 되어 문제를 일으킨다. 내 베를린의 지루함은 그런 것에서 비롯된 건가보다.

글쓴이

최 윤호

Independent Researcher & Writer in Design +++ Visit my PROFILE page to find out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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