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앤디파트먼트 서울점 블로그에 올린 글입니다. (원문 링크)
담양은 예로부터 대나무로 만든 공예품의 주 산지로 유명했습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담양 오일장은 대나무 소쿠리와 채반과 같은 여러 가지 종류의 물건들을 만들어 가져와 팔고 사는 사람들로 들썩이곤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영화 촬영지로 유명한 죽녹원이나 담양군에서 준비하는 대나무 엑스포와 같은 그럴듯한 볼거리가 있는지는 몰라도 담양을 담양답게 만들어주던 지역의 대나무 생산품들은 자취를 감춰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죽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른 팔뚝만한 대나무를 가르기를 거듭해 원재료인 대나무살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매우 고된 일입니다. 또 그런 살을 엇갈려 짜는 일도 만만한 일은 아니다보니 젊은 사람들보다는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이 대부분입니다.
서울점 한 켠에 자리한 남상보 할아버님의 원바구니, 도시락바구니도 그런 담양의 물건입니다. 두 상품 모두 작은 소품을 담는 용도나 선물용 박스 대용으로 쓰기에 적당한데요. ‘도시락바구니’라는 이름의 네모진 바구니는 본래의 용도도 도시락이었다고 합니다. 들판에 일을 하러 나갈 때 밥을 담아서 가져가기 좋은 물건이었다고 하는데요. 담양군 자료에 따르면 남상보 할아버님이 살고 계신 동네는 일제 강점기엔 일본군에 도시락 바구니를 납품하기도 했다는군요. 밥을 담아 쓰기에 어떨지 의문이 들던 차에 서울점에서 직접 시험을 해보았습니다.
우선 고슬고슬 잘 지은 쌀밥을 도시락바구니에 넣고 뚜껑을 닫은 후 약 두 시간 정도 놓아두었습니다. 처음엔 따뜻한 기운이 바깥까지 전해졌습니다. 중간 중간 살짝 열어보니 아주 천천히 식으면서 조금씩 건조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두 시간 후 열어보니 밥은 표면이 아주 약간 꼬들해진 상태였습니다. 젓가락으로 떠서 씹어보니 여름에 먹기엔 따뜻한 밥보다 오히려 안성맞춤일 정도라고 해야 할까요? 맛도 은은한 대나무향이 났습니다. 불현듯 김에 싸먹으면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해보니 정말 괜찮았습니다.
밥이 너무 잘되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김과 약간 굳은 밥의 조화가 좋았을까요? 그도 아니면 그냥 느낌상 그랬을까요? 아무튼 불편한 느낌은 별로 없고 “야외라면 이 도시락도 참 잘 어울리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밥풀이 대나무 사이에 붙으면 곤란하겠다는 걱정도 약간…
그런데 도시락이 바닥을 보일 때 쯤 자세히 살펴보니, 사방의 뚫린 구멍으로 공기가 통해서인지 생각보다 밥풀이 붙지 않았습니다. 밥이 약간 건조되는 것도 그런 이유겠지만요.
그래도 먹고 나니 약간의 밥풀은 묻어있었습니다. 이젠 닦아봐야겠죠?
예상처럼 사이로 끼기도 했지만, 조금 공들여 닦고 터니 어렵지 않게 말끔해졌습니다. 아얘 건조시킨 후 떼어내는 것이 더 쉬울수도 있겠더군요.
새것처럼 말끔해진 모습입니다.
“도시락이라는 이름이 괜히 붙어있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요즘의 도시락과는 다른 좋은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젖어있는 음식을 담아 내기는 어렵겠지만 흘러나오지 않을만한 적당한 음식물을 담는 건 괜찮겠다는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