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형의 리스트

* 1세 누구나 비슷하게 생겼다.
* 2세 될놈은 약간 이상한 기색을 보인다.
* 3세 푸이, 중국 황제가 되다.* 4세 마이클잭슨 가수로 데뷔하다.
* 5세 달라이 라마 티벳의 정신적 지도자가 되다.
* 6세 이소룡 연기를 시작하다.
* 7세 베토벤 무대에서다.
* 8세 편지를 쓸 수 있다.
* 9세 파워레인저 장난감에 싫증을 낸다.
* 10세 에디슨 과학실험실을 만들다.
* 11세 할머니보다 키가커진다.
* 12세 로리타가 험버트를 만나다.
* 13세 안네 일기를 쓰기 시작 벨게이츠 컴퓨터 프로그램을 시작하다.
* 14세 줄리엣 로미오와 연애를 시작하다.
* 15세 복녀 홀애비와 결혼하다. 펠레 프로축구선수로 첫 골을 넣다.
* 16세 이몽룡 성춘향과 연애를 시작하다. 아리스토텔레스 대학(아카데미)에 입학하다.
* 17세 유행가에 자주 등장한다.
* 18세 테레사 수녀 인도에 가다. 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 타다. 김소월에 시를 발표하다.
* 19세 엘비스 프레슬리 가수생활을 시작하다. 루소 바랑 부인과 동거를 시작하다.
* 20세 다이애나 찰스 황태자와 결혼하다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설립하다
* 21세 스티브 잡스 애플컴퓨터사를 설립하다.
* 22세 알리 세계 헤비급 챔피언이 되다. 정약용 과거에 급제하다.
* 23세 주말이 갑자기 의미가 있어지기 시작한다.
* 24세 마를린 몬로 배우생활을 시작하다.
* 25세 니체 바젤 대학교수가 되다.
* 26세 제리 양 야후를 설립. 월트 디즈니 ‘미키마우스’발표하다. 이태백 방랑생활을 시작하다.
* 27세 로빈슨 크루소 해변에 도착하다
* 28세 김영삼 국회의원에 당선. 윤동주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사망하다.
* 29세 펠레 1000번째 골을 성공. 칼 마르크스을 쓰다
* 30세 베토벤 ‘월광 소나타’를 발표하다.
* 31세 아직 29살이라고 우길수 있다
* 32세 군대에 지원해도 받아주지 않는다.
* 33세 예수 십자가에서 돌아가시다. 숀코네리 처음으로 007 영화에 출연하다
* 34세 정일권 육군참모총장이 되다
* 35세 석가모니 도를 깨치다 .나폴레옹 황제가 되다. 퀴리부인 남편과 함께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다.
* 36세 마가렛 미첼 여사 를 발표하다. 마돈나 첫 아이의 엄마가 되다
* 37세 가족을 위해서 캠코더를 산다.
* 38세 병으로 죽으면 엄청 약 오른다
* 39세 걸리버 여행을 시작하다.
* 40세 핸리 포드 포드사를 설립하다.
* 41세 이주일 텔레비전에 첫 출연하다
* 42세 아인슈타인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다
* 43세 퀴리부인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다. 유지오 대한민국 헌법을 기초하다.
* 44세 박정희 소장 5.16 혁명을 일으키다
* 45세 히틀러 독일의 지도자가 되다
* 46세 간통죄에 많이 걸린다.
* 47세 대학을 졸업하고 몇 년이 지났는지는 계산해야 알 수 있다.
* 48세 통계학적으로 돈을 제일 많이 번다.
* 49세 ‘9수’라는 말이 절실히 느껴진다.
* 50세 히틀러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다
* 51세 태어난 지 반세기를 넘어선다
* 52세 카드 한벌과 수가 같다.
* 53세 숀 코네리 마지막으로 007시리즈에 출연하다. 사담후세인 걸프전을 일으키다
* 54세 라식 수술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 55세 정년이 시작된다.
* 56세 손주가 자식보다 더 사랑스럽다.
* 57세 윌리엄 와일러 감독 영화 ‘벤허’를 만들다
* 58세 캐롤 요셉 워틸라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되다
* 59세 올브라이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비국의 국무장관 되다
* 60세 옐친 러시아 초대 대통령이 되다
* 61세 ‘경험’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 62세 피카소 21살 프랑수와즈 질로를 만나 첫눈에 반하다.
* 63세 미국에 사는 여인 아셀리 키 인공수정으로 출산에 성공하다
* 64세 자신의 후임자를 찾아야 한다.
* 65세 교수들의 강제 퇴직 파티가 열린다.
* 66세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대통령이 되다
* 67세 ‘이제 늙었어’라는 말을 하면 오히려 이상하게 들린다.
* 68세 안필준 전 보사부장관 의학박사 학위 취득하다
* 69세 테레사 수녀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다
* 70세 클린트 이스트우드 마지막으로 영화 출연하다.
* 71세 짐을 들고 있으면 주변 사람이 욕을 먹는다.
* 72세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스카이 다이빙에 성공하다.
* 73세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에 재선되다
* 74세 김대중 대한민국 대통령에 당선되다.
* 75세 넬슨 만델라 남아공화국 대통령에 당선되다. 괴테 자서전 내다
* 76세 기저귀를 차고 자야 맘이 편하다.
* 77세 윈스턴 처칠 영국 수상에 재선되다
* 78세 앞으로 1년씩이 인생의 보너스로 느껴진다.
* 79세 프랑크 시나트라 마지막 리사이틀 가지다
* 80세 어디를 가나 값을 깍아준다.
* 81세 ‘장수’라는 말이 어울린다.
* 82세 톨스토이 가출하여 시골 역에서 사망하다.
* 83세 괴테 완성하다.
* 84세 보청기 없이는 잘 들을 수 없다.
* 85세 프랑스에 사는 장 칼몽 할머니 펜싱을 배우기 시작하다.
* 86세 짠 음식도 이제 신경 쓸 필요가 없다.
* 87세 tv 연속극이 본 방송인지 재방송인지 알 수 없다.
* 88세 사진첩에 있는 사람들 중 반은 기억할 수가 없다.
* 89세 파블로 피카소 자화상을 완성하다.
* 90세 자식들 이름을 가끔씩 잊어버린다.
* 91세 샤갈 마지막 작품을 발표하다.
* 92세 야생 버섯을 마음대로 먹어도 상관없다.
* 93세 가끔씩 자신의 나이를 잊어버린다.
* 94세 다른 사람이 음식을 먹여준다.
* 95세 앞에서 얼쩡거리는 사람들이 자식들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 96세 혼자 화장실에 갔다가는 되돌아 나올 수 없다.
* 97세 큰아들이 정년을 맞는다.
* 98세 알츠하이머에 걸리기에도 너무 늦었다.
* 99세 고지가 바로 저기다.
* 100세 장 칼몽 할머니 자전거 타기를 즐기다.
* 107세 일본 쌍둥이 할머니 자매중 킨 할머니 사망하다.
* 120세 장 칼몽 할머니 건강을 위해 담배를 끊다.
* 121세 장 칼몽 할머니 Time’s Mistress라는 노래를 CD로 발표하다.
* 123세 살아 있으면 기네스북에 오른다

금속공예가 전용일교수 홈페이지에서 따옴 http://jeon.kookmin.ac.kr

그러고보니 이런 리스트를 자주 보았었다.

나의 집은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외가와 본가 할 것 없이 온 가족이 기거하던 학문?의 전당이었다. 높은 산에 등반하는 산악인들처럼 깡촌에서 한 공부쯤 한다는 친척분들이 서울로 올라오면, 베이스캠프격인 월곡동 우리집은 항상 학구적인? 분위기가 넘쳐흘렀다. 그중에서 가장 출세했다는 외사촌형은 가까운 외대의 정치외교학과를 다녔었는데 바로 칠십년대와 팔십년대를 지나는, 잘은 몰라도 격동기로 생각되는 그때, 그 외사촌형은 데모 잘하기로 소문난 그 학교에서 한 데모 했었던 듯 싶다.

아뭏든 그 형은 역시나 우리 월곡동의 베이스캠프를 거쳐 사관학교를 들어갔던 외삼촌과는 다른 면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집안에서 유일한 운동권’이었다는 점. 힘들게 시골에서 올라와서 대부분은 조용히 공부만 하며 보냈던 다른 베이스캠프 출신 친척분들과는 달리 그 형은 자주 어머님과 다투었었다. 그 전두환이 뭐길래,, . 골수 민주정의당(민주자유당…한나라당)원 집안인 우리 집(베이스캠프)에서 그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왜 핏발세워가며 그 형이 열을 올리고 고상한 척 고민하고 그 데모란 걸 하고 그랬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고 그냥 종종 아버님께서 가져다주시는 민정당 열쇠고리(파란 바탕에 빨간 뫼비우스띠 모양)를 컬렉션하며 좋아했었다. 여하튼 그 형! 공부하나는 끝내주게 했기 때문에 그 특별활동에도 불구하고 베이스캠프에서 젊은 때를 잘 보낼 수 있었다.

형이 보던 책들에는 각 나이별로 뭐가 된다는 식의 그런 리스트들이 항상 책 머리를 장식했었다. 4학년이 되자 형은 외무고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학원에서는 경제학을 전공하더니 머리가 빠지도록 공부를 하고난 후(정말 머리 빠짐) 결국에는 외무고시에 합격했다. 물론 집안과 동네에서는 난리가 났다.. 플랭카드와,,뭐 그런거.. -_-

그 후 내 또래의 사촌들 사이에서 그 형은 참 자랑스러운 형이었다. 능력이 출중한 그 형은 나름대로 자신이 가진 꿈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조약국에서 장기간 근무했던 그 형은 김영삼과 김대중을 거치면서 각종 중요한 나라사이의 조약들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불평등한 조약들을 개선하고(요즘에도 불평등한 조약들 많타..).. 아뭏든 TV 뉴스의 조약체결장면에서도 자주 등장해서 온가족의 박수를 받기도 했었다. 나는 내심 ‘드뎌 형이 꿈을 펼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 후 그리스, 스웨덴, 베네주엘라를 거치는 거의 6년의 기나긴 순환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그 형을 만난 건 작년 겨울. 여중생 사건과 대통령선거로 떠들썩하던 그 때 돌아온 형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었다. 이라크전이 터진 때 그 즈음에 집에 들렀었던 형은 예전에 보던 총명한?^^ 눈빛과는 분명 달랐다. 어딘가모르게 지친 중년의 모습. 그것이었다. 대학시절에 도시락 가지고 다니며 학생운동에 열심이었던 그 형은 뉴스에 흘러나오는 이라크전 소식을 함께 들으며, 그리고 반전시위가 계속된다는 뉴스를 들으면서 ‘저런 거 다 쓸데없는 짓이야..’라는 얘기를 했다. 얼마 후 배치받은 부서와 직책은 영사과장. 그야말로 한직이란다. 서울대와 연고대 출신의 힘을 넘지 못했는지 아니면 능력이 부족했는지,, 아뭏든 그리 좋아보이지 않는다. 얼마 전, 급하게 형의 연락을 받은 어머니는 국회 의원회관으로 같은 향우회 사람인 딴나라당 이모의원을 만나러 갔다오셨다.

한동안 짜증이 나서 뉴스도 보지않던 나는 요새 들려오는 노대통령의 우울한 이야기들에 또 한번 놀란다.

옳다 그르다라기보다도, 그래도 열혈 청년이었던 사촌형이 살아가는 모습과 세상이 변해가는 모습, 거기에다가 요즘 뉴스에 등장하는 삼팔육 사람들의 고전에 대한 이야기들이 중첩되기도한다.

그야말로 ‘요지경’인것이 세상. 금방 무엇이 될 듯 하여도 되지 않는 것, 변하지 않을 것 같아도 변해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내가 생각하는 인생의 연대표는 어떤 모습인지, 얼마나 변해갈 것인지 의문의 의문이 더해만간다.

글쓴이

Yoonho Choi

independent researcher in design, media, and locality & working as a technology evangelist in both design and media industries

“사촌형의 리스트”에 대한 6개의 생각

  1. 슬퍼지는 글입니다.
    그 당시 열혈 청년들 지금은 다들 뭐하고 있을까요
    지금의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변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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