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쟁기념관과 영국 제국전쟁박물관IWM

Front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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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주에 한국의 전쟁기념관 + 영국의 제국전쟁박물관(IWM)의 비교 PT를 했는데요. 결과적으로 국수주의적인 한국전쟁기념관의 어두운 면이 많이 부각된 시간이었습니다. 한국 전쟁기념관을 설명하자니 구한말과 한국전쟁, 미군점유지였던 기념관부지에 대한 얘기도 하게 되었고요.

이름만 보자면 Imperial War Museum.. 제국주의적인 시각으로 재단된듯 보이지만, 그리고 말을 들어보니 80년대까지도 그러했지만, 최근 20년간에 걸쳐 이 영국 제국박물관의 전시들이 정말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헨리무어의 조각전(주로 인간, 기계, 폭력, 전쟁이 주제)이 2층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전쟁을 비판한 철 조각품들과 1층에 벌려져있는 2차대전 당시의 무기들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They had no choice.

한편에서는 동물들의 전쟁(Animal’s War)이라는 특별전시가 있습니다. ‘They had no chice.’라는 말이 입구에 써있는데요, 1차대전때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름없이 죽어간 동물들의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또다른 곳에서는 아이들의 전쟁(Children’s War)라는 특별전이 있는데요, 2차대전당시에 고통받고 때로는 이용되기까지 했던 아이들의 당시 생활상을 다루는 전시입니다. 마지막으로 제일 높은 층에서는 세계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종범죄들의 실상을 다루는 필름전시가 있습니다.

Moore's War
Moore's War

물론 IWM이 반전박물관은 아닙니다. 이 나라의 전쟁역사가 우선적으로 다루어져야 하는 박물관이기 때문에 그 길고도 길었던 이 나라의 전쟁경험이 고스란히 드러나있고, 그걸 자랑으로 여기는 분위기는 아직도 관람객들이나 박물관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하지만 뭐랄까.. 그런 분위기가 박물관 전체를 압도하지는 않습니다. 예를들면 이라크전에 파병한 영국군 장비들을 전시하는 한편에는 미사일을 맞아 파괴된 이라크 사람들의 처참한 삶을 보여주는,,, 그런 식입니다. 박물관의 담당자를 만나보니, 가능한한 ‘방문객이 원하는’ 전시들을 하고있고 정치적인 의견의 표출을 가능한한 배제한다고 밝히더군요. 관람객들의 종류도 그만큼 다양해졌기 때문에 기획되는 전시들도 다양해져가고 있다는 거겠지요. 한마디로 백화점같은 분위기의 박물관입니다.

paratrooper dog
paratrooper dog

과거의 ‘베들레헴정신병원’ – 영어단어 ‘Bedlam'(개판오분전)의 어원이기도 하며 영국 국회의사당을 디자인한 건축가를 비롯한 19세기의 수많은 정신병자들을 수용했던 곳 – 건물을 재보수해서 1차대전 전후부터 쓰기 시작한 이 박물관은 결정적으로 교육부가 박물관의 자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전쟁기념관은 과거의 육군본부자리에 신축되었는데 당시에 건축디자인과 관련된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대칭형의 압도적인 건물디자인이 너무 제국주의양식이라는 것이었죠.

한국 전쟁기념관의 설립주체였던 국방부는 현재도 법적으로 기념관을 관리감독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IWM의 운영목적은 초기 ‘대영제국 전쟁사의 승리 찬양’에서 ‘영국과 관련된 모든 근대 분쟁의 역사적 사실, 발생이유, 결과를 다루는 일’로 바뀌었습니다. 그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는 아직 정확히 알수 없으나 경제적, 정치적인 독립성이 큰 부분이었음은 짐작이 가능합니다.

 Children's War
Children's War

소개책자의 ‘한국전쟁기념관의 설립목적’은 80년대시절 그대로인데요, 박물관 관련 부분을 요약하자면, ‘수많은 외세의 침략들에 맞서 싸운 전쟁들과 관련된 유물의 전시를 통해 전쟁과 관련된 직간접 경험을 쌓고 이를 통해 ‘미래에 벌어질 국가적 위기상황’을 준비한다’라고 되어있습니다. 아주 많이 앞서나가는 박물관이죠. PT때 이 ‘위기상황을 준비한다’는 부분에서 많은 사람들이 놀라움을 표시했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현재 한홍규씨를 비롯한 몇몇 인사들이 베트남 한국군파병사등을 포함한 ‘평화 전쟁박물관‘을 설립준비중이라고 하고요, 표명렬 평화재향군인회장이 한국 전쟁기념관에 대하여 논평한 글도 있습니다. 이 표명렬 장군은 기념관 준비당시 직접 업무에 참여했었다고 밝히고 있네요.

프리젠테이션은 Healing Through Remembering(북아일랜드분쟁관련 유물연구, 전시, 박물관 설립등을 통한 관련자들의 정신적 상처치유)이라는 프로젝트에 참여중인 한 선생님이 저희 수업을 하고있어서 하게되었는데, 얼떨결에 색다른 경험이 되었습니다. 북아일랜드분쟁은 한국에서 알던것보다는 훨씬 뿌리깊은 문제 위에 놓여있는걸로 보였는데요, 어쩌면 한국전쟁을 전후한 남북의 문제들보다도 훨씬 복잡해보였습니다. 아무튼 분쟁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지만, 치유의 노력이 스스럼없이 학교이건 사회이건 다뤄질 수 있다는건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누가 쳐들어왔는가’에 머물러있거나 논의 자체가 봉쇄된 한국과는 많이 틀려보였으니까요.

한국의 전쟁박물관은 아직 온전한 비교대상이라기보다는 배워야 할 부분이 많은 초기단계라고 할 수 있을겁니다. 새로 생긴 국립박물관 사이의 부지중 상당부분은 2010년까지 공원화된다고 하는데요, V&A와 같은 생활사를 다루는 수준의 박물관도 하나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글쓴이

Yoonho Choi

independent researcher in design, media, and locality & working as a technology evangelist in both design and media indust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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