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빗은 런던의 에펠탑이 될 것인가?

아니쉬 카푸의 오빗Orbit 타워 공개 석상에서 디자인은 로즈의 조각상Colossus of Rhodes과 바벨탑에 비견되었다. 하지만 이런 어리석음의 역사란 그리 상서로운 것이 아니다. 과거를 더듬어 보면 로즈의 조각상은 겨우 몇 십년 간 서 있다가 지진으로 파괴되었고, 바벨탑은 창세기가 들려주듯 그걸 쌓아 올린 자들을 미화하기 위해 지어졌었다.

계획 중인 아르셀로미탈 오빗ArcelorMittal Orbit이 과연 어느 정도로 보리스 존슨, 카푸, 락슈미 미탈의 영광을 위한 것이 될지 나 자신도 가늠하기 어렵다. 또한 올림픽의 기업 홍보적 기능이 조형물의 세부 요소들을 통해 드러나고 있듯이 오빗은 그다지 예술 작품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작가의 의도는 차치하고서라도, 가장 거지같은 비교는 아르셀로미탈 오빗을 에펠탑과 함께 놓는 일이다. (역주 : 아르셀로미탈 철강회사는 오빗의 건축비를 후원하며, 그에 따라 이 조형물의 이름은 아르셀로미탈 오빗이다. 락슈미 미탈은 이 회사의 총수)

구스타프 에펠이 디자인한 파리의 상징적인 타워는 애초에 공공 미술 작품으로 디자인된 것이 아니다. 게다가 20년 이상 파리에 남아있을 계획도 없었다. 그건 단지 1889년의 파리 세계 박람회Exposition Universelle의 입구였고, 해체하기 쉽도록 디자인되었다. 에펠탑은 파리 예술계의 반대에 부딛혔지만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예술 작품이 되었다. 그리고 부분적으로는 그 실용성 때문에 사라지는 일을 면했다. 에펠탑은 20세기 초, 초기 라디오 전파의 실험에 이용되었고, 1910년에는 우주광선cosmic rays의 감지에 동원되었다. 오늘날까지 그 꼭대기는 안테나로 가득하고, 바닥은 관광객들로 인해 분주하다.

카푸가 디자인한 구조물을 에펠과 비교하면서 발생하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파리의 에펠탑을 보기에 그럴 듯 하게 만드는 건, 그 형태가 바람의 힘을 감안하여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어리석음에 기반한 형태가 아니라. 에펠은 이렇게 말했었다.

이 타워를 디자인하면서 주로 고려한 것이 어떤 것이었는지, 뭐라고 말해야 할까요? 그것은 바람에 대한 저항성이었습니다. 그 다음에 저는 구조물의 다리 넷의 바깥쪽으로 만곡선을 적용했습니다. 수학적 계산 결과에 따른 이 방식은 대단히 강한 느낌과 아름다움을 선사할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강력함이 관찰자의 시선 앞에 드러나도록 디자인했습니다.

자연의 힘을 따르는 방식에 의해서 에펠탑의 거대한 철골 구조는 우아함을 차츰 보여주기 시작했고, 거의 자연 환경의 일부가 되었다.

이에 비해 카푸의 구조물은 자연을 압도하는 인간의 지배력을 과시하려는 좋은 사례일 뿐이다. 그 구불구불한 모양은 마치 롤러코스터가 녹아내린 듯 한데, 어느 트위터 유저는 “그건 엉겨 붙은 창자같다.”고 말한다. 이런 끔찍함은 (또한 끔찍한) 데미안 허스트가 아니라 카푸가 디자인 계약을 따냈다는 사실을 내 마음에 곧 바로 상기시킨다.

그러나 카푸와 에펠의 비교에 있어서 최악의 부분은 런던이 쇠붙이로 만든 타워 따위에서 파리라는 경쟁자를 필요로 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관념이다. 런던은 이미 2012 올림픽의 유치 경쟁에서 승리하고서도 프랑스의 상처에 소금을 바르는 짓을 하고 있다. 누군가 카푸의 오빗이 파리의 에펠탑보다 100미터가 낮을 것이고, 꼬맹이인 블랙풀 타워Blackpool Tower에 비해서도 20미터가 짧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복제된 런던판 에펠탑의 부족한 독창성은 패러디에 가까운 일이 될 뿐이다.

오빗이 런던의 스카이라인을 점유할 자격이 있는지를 결정할 진정한 요인은 그것을 받아들일 런던 사람들의 의사일수밖에 없다. 오늘날 에펠탑을 혐오하는 파리지앵들을 찾기는 어렵다. 보리스 존슨 시장은 카푸의 오빗 타워에 20년 간의 시기 제한을 두어야 한다. 그 후 공공의 의사를 묻고 그 결정에 따르도록 해야만 한다. 그리고 만일 2032년에 오빗이 스트랏포드Stratford의 거주민들에게 외면받는다면, 곧 바로 철거되어야만 한다. 오빗은 철골로 만들어질 것이므로 안전하게 재활용될 수 있다.

이런 기본 절차는 적어도 한 번 런던의 다른 상징물에 적용된 적이 있다. 거대한 관람차인 런던 아이London Eye는 공학적 솜씨와 우아한 형태가 결합된 것으로서 애초에 임시 관광시설이었다. 런던 아이는 그 후 시험 기간을 거쳐왔고, 이제 당분간 테임즈 강변에 머물게 될 것이다. 이로써 런던은 이미 에펠에 대적할 수 있는 경쟁 상대를 가진 셈이다. 파노라마처럼 런던의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이미 런던 아이에서 가능한 일이다.

건축 비평가인 톰 다이크호프Tom Dyckhoff는 카푸의 오빗을 일컬어 “거대한 쓰레기 씨Mr Messy”라고 명명했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차분히들 생각하시라. 그래야 카푸의 오빗이 거대한 혈전(막혀버린 피 덩어리)처럼 당신의 혈압을 높이게 되는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 당신이 오빗을 좋아하건 혐오하건 간에, “오빗이 구스타브 에펠을 압도할 거”라고 말한 존슨 시장에게 최후의 발언을 해야만 한다. 거기엔 이론의 여지가 없다.

via Will the Orbit become London’s Eiffel? | John Graham-Cumming | Comment is free | guardian.co.uk.

글쓴이

Yoonho Choi

independent researcher in design, media, and locality & working as a technology evangelist in both design and media indust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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