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팔가 스퀘어>
런던을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들렀을 트라팔가 스퀘어, 그 양쪽에는 조각상이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유심히 살펴본 이들이라면 특이한 점을 발견할 것인데 그것이 바로 왼쪽편에 위치한 포트 플린스Fourth Plinth, 바로 ‘네번째 대좌’이다.
이 대좌는 찰스 베리Charles Barry가 1841년에 디자인한 것인데, 원래 오른쪽처럼 말을 탄 기사상을 올려놓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당시 자금부족으로 인해 계획이 취소되었고, 곧 엠티 플린트empty plinth, ‘텅빈 대좌’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시간이 흘러 1998년부터는 Royal Society for the encouragement of Arts, Manufactures & Commerce(RSA. 왕립예술상공진흥협회)가 지원한 마크 월링거Mark Wallinger, 빌 우드Bill Wood, 레이첼 화이트리드Rachel Whiteread, 3인의 작가가 각각 조각상을 만들어 포트 플린스 위에 위치시켰다. 그 가운데 레이첼 화이트리드는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던 유명한 구족화가 앨리슨 라퍼Alison Lapper의 좌상을 제작했는데, 손발이 ‘비정상’이고 ‘임신한’ 상태의 전신상(*사진 참조)이 런던 중심부에 놓여지자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시민들의 손에 쥐어진 런던 트라팔가 광장>
7월 6일인 어제, 새로이 시작된 원 앤 아더(One & Other, 누군가, 그리고 다른이들)라는 프로젝트는 과거와는 다른 또 다른 모습을 드러내어 충격을 주고 있다. 런던시정부 등으로부터의 공공기금을 지원받아 안토니 곰리Antony Gormley가 계획한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현대적인 미디어와 시민의 참여를 바탕으로,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민주적인 예술 형식으로 지금 그대로의 영국을 보게”하려는 것이다.
비어있는 대좌 위에는 특별한 예술작품이 아닌 모집된 (영국)시민들이 올라가 제각기 다른 시간을 보내도록 계획되었다. 또한 이 모습은 24시간 인터넷으로 생중계되고, 이렇게 생중계되는 웹사이트에 그 순간들이 낱낱이 기록된다. 웹사이트는 현재의 상황을 인터넷 중계하는 동시에, 10월 14일 까지 대좌 위를 ‘사용할’ 참여자를 모집하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보수적 전통과 전위성이 공존하는 곳인 영국, 한편으로는 박물관과 도서관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엄청난 공공 기금이 공공 문화 분야에 투여되어 때로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체제의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는 표현의 자유 또한 여전히 보호받고 있다. 냉전시대의 디자인이나 제국주의 시대의 식민지 착취 등을 자성하는 내용의 대규모 전시가 여전히 공공 기금의 지원을 받아 국가시설에서 개최되는 나라가 영국인 것이다.
묘하게도 광화문 광장과 세종대왕상의 공개를 앞두고 있는 서울, 누군가 피켓을 들고 그곳에 나서는 걸 볼 수 있을까?
현재 One & Other 프로젝트의 모든 내용과 생중계 화면을 웹사이트 (www.oneandother.co.uk)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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