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평범한 직장인, 폭스바겐 티구안을 1년 탔다.

40대 평범한 직장인, 폭스바겐 골프를 1년 탔다.“는 기사와 대체로 비슷한 느낌을 정리해보고싶어서 적어본다. 전체적으로 티구안의 품질은 마음에 드는 편이었다. 하지만 차 값은 많이 내렸다곤 해도 부담스러운 정도였다. 그래도 한 1년 넘게 타다보니 매달 나가는 할부금은 생각에서 지워낸 채 그냥 잘 샀다는 생각을 하면서 탄다. 상대적으로 현기차에 비하면 잘만든 차인 것엔 틀림이 없다.

1. 티구안도 연비는 좋은 편이다. 골프, 티구안, A3 모두 같은 TDI 2.0 엔진을 쓰는 차들. (물론 엔진이 같다고 출력이나 성능이 동일하지는 않다.) 티구안은 골프보다 무게가 무거우니 연비는 조금 떨어진다. 대충 실측해보면 고대나 종암사거리에서 오르막인 북악터널까지 내부순환로를 타고 가면 9~11키로 내외의 연비가 나오고, 퇴근할 때 코스팅모드(악셀에서 발을 떼면 자동으로 기어를 중립으로 해주어 엔진 브레이크를 안걸리도록 만드는 주행모드)를 켜고 내리막으로 약간 신경써서 내려오면 15~20키로의 연비가 나온다.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서울 시내를 한두시간 돌아다니면 12-15 사이, 고속도로는 15-20 사이가 나온다고 보면 될 것 같다.

2. 차체가 단단하다. 파노라마 썬루프인 예전 스포티지를 타고 방지턱에 바퀴를 한쪽만 얹으면 어렵지 않게 차체가 물렁거린다는 걸 감지할 수 있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썬루프의 찌걱거리는 소리도 그렇고. 같은 실험을 해보면 티구안은 아무런 소리 없이 잘 타고 넘는다. 실제로 해보지는 않았지만 유튜브 영상 중엔 백인 청년이 티구안 문짝에 매달려도 내려앉지 않는 실험 영상이 있을 정도. 문짝과 차체 사이의 골격 내부를 살펴봐도 도장되지 않은 생 철판이 그대로 노출된 부위가 현기차와는 달리 거의 없다.  도장된 표면도 매우 두껍다. 요철 부분을 살펴보면 그 두께를 가늠할 수 있는데 현기차의 그것과는 다르게 고무코팅을 한 듯 둥글둥글하다. 

3. 엔진브레이크는 현기차에 비해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자 마자 무지막지하게 걸린다. 이 증상이 맘에 걸린다면 코스팅모드를 사용하면 되지만, 대신 항상 중립인 상태에서 바로 브레이크가 걸리게 되니 패드도 빨리 닳게 될 것이고, 익숙하지 않다면 위험하기도 할 것 같다. 코스팅 모드는 평상시에 막 켜고 끌 수는 없고 정지 상태에서 핸들의 버튼을 조작해서 켜고 끌 수 있다. 하지만 코스팅을 켠 상태에서라도 기어노브를 D에서 S모드로 하고 속도를 줄여나가면 코스팅은 해제되고 엔진브레이크가 D일때보다도 한 단계 더 저속일때처럼 세게 걸리므로 내리막에서는 브레이크 대신 써도 문제가 없을 정도다. 그래서 나는 속도를 내어 밟을 때는 D모드, 감속할 때는 S모드를 쓰곤 한다.

4. 시끄럽고 하체가 단단해서 쿵쾅거린다. 하지만 빠르게 코너링을 해도 휘청거리지 않는다. 단단하기로 유명하니.. 소리도 더 나고, 노면 소음도 국산 세단에 비하면 아주 많이 올라오는 편이라 시끄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차가 단단한 건 장점이 될 때가 더 많다.

5. 스포티지(200마력) : 티구안(140마력). 전 차였던 스포티지는 디젤이 아니라 가솔린 터보였다. 그 차는 수치상으로는 무려 200마력이 넘는 출력이었는데, 토크는 티구안에 비해 10 정도 떨어지고 최대 토크 구간도 고RPM에서 나오는는 편이라는 게 함정. 티구안의 출력은 140마력밖에 안된다. 그렇지만 토크는 40 가까이 되고 그 구간도 저RPM에서 고RPM까지 매우 길게 유지된다. 좀 거칠게 이걸 설명하자면 … 한국차는 마력이라는 수치를 높여 마케팅을 하는데 유럽쪽 차들은 그런 장난을 치지 않는다는 거다. 마력은 한참 떨어지지만 차를 실제로 몰아보면 토크 구간 배분을 잘해서 전체적으로 힘이 더 좋은 느낌을 받는다. 마력이 높다고 차가 잘 나가지는 않는다.

6. 실내 인테리어 품질은 폭스바겐이 “구리다”고들 하지만 국산차에 비해 한 체급 위의 차종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소나타나 K5정도의 대중차종에 비하면 내장재의 질이나 마감 품질이 매우 좋은 편이다. 같은 폭스바겐이지만 티구안의 내장재가 골프보다 조금 더 고급스럽다. 외부 마감에서도 문짝의 소음 씰링 등이 매우 디테일하게 되어있다. 현기차의 산타페나 소렌토정도에서도 그 정도의 마감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눈에 훤히 드러나는 부분에서 원가절감을 해버리니 싼티가 팍팍 나는 것.

7. 범퍼 받혀서 상대방측 보험으로 교환했는데 총 수리비가 300만원에 렌트 포함해서 400 가까이 나왔다. 무조건 사고는 없어야 한다.

글쓴이

Yoonho Choi

independent researcher in design, media, and locality & working as a technology evangelist in both design and media industries

댓글 남기기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