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네 클라이네 퍼니처(eine kleine furniture)

소생공단이 문을 열었고 이상록, 신하루를 인터뷰한 글이 첫 게시물로 소개되었다. 결혼을 앞둔 시기, 가구를 마련하게 된 경험을 바탕으로 진행한 인터뷰다. 최대한 궁금한 점들을 짚어보려고 노력했지만 그렇게 구입한 가구를 직접 사용하면서 느끼게 되는 것과는 아무래도 거리가 있다. 앞으로 소생공단을 통해 인터뷰의 지혜를 터득하기를 소망하며, 편집하지 않은 전문을 기록해둔다. 사진이 붙고 편집이 된 소생공단의 글은 이 링크를 눌러 볼 수 있다.

아이네클라이네 퍼니처, 함께 살아갈 가구를 찾고 있다면

아내와 10평 남짓의 오래된 다세대 주택에서 산다. 말 그대로 신혼살림이다. 다세대주택의 한 층을 둘로 갈라 만든 우리 집엔 큰 창이 달린 작은 방, 침대가 놓일 만큼 큰 방, 길쭉한 부엌, 그리고 작은 화장실이 있다. 부엌 끝, 골목을 향해 난 창문으로 동이 틀 때면 오래된 창틀과 노란 햇살이 만들어내라는 모습이 꽤나 멋지다. 결혼 전, 살림을 준비하면서 큰 방은 침실로만 쓰고 작은 방은 식사도 하고 책도 보고 이야기도 나눌 다목적 공간으로 쓰자는 계획을 세웠다.

가구(家具). 말 그대로 집안 살림을 위해 쓰는 도구다. 크기가 비교적 크기 때문에 한 번 방 안에 들이면 바꾸기도 쉽지 않아서 얼마간은 꼼짝없이 함께 지내야 한다. 그래서 가구를 고르는 일은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조건은 두 가지. 작은 공간을 잘 활용할 수 있고 적어도 수십 년은 고쳐서 쓸 수 있는 가구를 선택하는 것이었다.

일단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OO가구’와 같은 목재 가구 브랜드는 탐색지에서 제외했다. 부모님과 살던 시절의 경험이지만 그런 곳의 가구들은 하나같이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어서 딱히 아내와 살아갈 집까지 그리 해야 할 필요를 느끼진 못했다. 게다가 적어도 20평형 이상의 아파트 평면을 기준으로 만들어졌을 것 같은 크기와 색상은 꽤 부담스러웠다. 튼튼하고, 복잡하지 않고, 수수한, 넓지 않은 집에 어울릴 가구는 어떤 것일까?

이럴 때 제일 만만한 브랜드가 바로 이케아(IKEA)나 무인양품(MUJI)이다. 군더더기 없이 매우 ‘적당한’ 디자인과 스타일, 가격으로 무장한 가구들을 그곳에선 비교적 쉽게 찾아낼 수 있다. 그래도 무인양품이나 이케아의 가구들 또한 “버리지 않고 계속 쓸 수 있는” 견고한 가구는 아니라는 점, 게다가 수리를 하기도 어렵다는 건 여전히 문제였다.

“보통이지만 딱 좋은” 가구

아내는 디자인 제품을 취급하는 회사에서 일한다. 결혼 전 아내를 만나러 드나들던 그곳엔 가리모쿠60, 뫼벨랩, 아이네클라이네, PLY와 같은 브랜드 가구를 직접 볼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부담스럽게 느껴지던 가격을 제외하면 일단 그곳의 가구들은 앉아보고 만져볼만한 호기심이 생길 정도로 충분히 잘 생겼고 적당한 품질을 갖추고 있었다. 아내를 만나러 갈 때마다 시간을 두고 여러 가지를 살폈다.

그 가구들을 꼼꼼하게 살펴볼수록 아이네클라이네의 테이블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단순한 직선과 그대로 드러나는 자연스러운 표면 마감이 돋보였다. 작은 방의 오래된 창틀과는 도색 없는 원목의 누런 빛깔이 아무래도 더 적당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우리 부부는 아이네클라이네를 골랐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가구를 설명할 때 아내와 나는 “담담하다”라는 표현을 즐겨 쓴다. 과하게 날카롭거나 화려하지 않아서 매우 기본적인 가구의 구조 그대로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듯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지만 홈페이지에서나 심볼 마크를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가구 자체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만든 이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 서대문의 아이네클라이네를 찾았을 때 이상록에게 질문했다.

아내와 가구를 쓰면서 “담담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어요. 아이네클라이네의 가구는 다른 가구에 비해 어떤 부분이 특징이라고 보시는지?

사실 ‘써주시는 분들이 느끼는 그것’이 바로 특징인 것 같아요. 뭔가에 중점을 두고 디자인을 해야겠다는 건 없어요. 물론 제가 좋아하는 두께나 비례와 같은 것들이 전체적으로 어우러져 나오는 것이겠죠. 제가 처음 디자인 공부를 하면서 느꼈던, 그리고 처음 가구를 시작하게 된 동기와 같은.

예상과는 좀 다른 대답이었다. 어쩌면 그는 내가 담담하다고 힘주어 말한 부분을 불편하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가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원래 주거환경학과에서 인테리어 공부를 했어요. 그런데 프로젝트를 거듭하면서 그것이 너무 거짓말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가족 구성원 몇 명, 남편의 직업은 뭐고, 엄마는 뭐하고, 아들이 어떻고. 그걸 다 우리가 정하는 거예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나의 최대 관심사가 이 모형을 ‘예쁘게’ 만드는 것이더라고요. 내 생각이 거기서 살게 될 사람들에게 얼마만큼 전해질지 고민이 있었죠.

그러다 휴학을 했어요. 얼마 후엔 몸에서 가장 가까운 것부터 시작해보자는 생각으로 가구를 떠올리게 되었어요.

무사시노에서 공부를 하셨죠?

네, 일본에서 가구 공부를 했어요. 이탈리아나 뉴욕 하면 화려함을 떠올리게 되는데, 일본은 뭔가 생활과 밀접하면서도 부담 없고 쓰는 사람들이 편하게 쓰는 것이 좋은 게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을 갖게 된 것 같아요. 그 때 보고 경험한 것들이 형태에 묻어 나오는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굉장히 감명을 받았던 어느 일본 건축가의 말이 생각나요. “보통이지만 딱 좋은.” 더하거나 덜 할 것도 없는 그런 가구를 만들자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과하거나 굳이 덧붙이지 않아도 되는 것은 빼게 되는 거죠. 하지만 어떤 때는 무언가 덧붙이는 게 안정감을 주겠다 싶어서 덧붙이기도 해요.

일단 가구가 집안의 좋은 배경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먼저 하지만 그래도 시선을 어느 정도는 머무르게 하는 존재가 되었으면 하는 거예요.

생산자 스스로 자신의 가구를 담담한 가구라고 규정한다면 이미 그건 완벽하게 답답한 가구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렇다고 아내와 내가 그리 느끼는 것에 어떤 잘못이 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나와 아내가 그렇게 느낀 것은 어쩌면 우리가 선택한 가구 자체보다는 그 가구와 함께 하나 하나 만들어낸 우리 집의 상황 때문이 아니었을까.

뭔가 어려운 걸, 저걸 해봐야겠다는 욕심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기술적으로 내가 저걸 마스터해서, 내 가구에 꼭 이 디테일을 넣어보고 싶다는, 그런 건 없는 것 같아요. 그보다는 이걸 어떤식으로 하면 어떻게 보이겠다는 그런 것들을 잘 조합하는 거예요.

그러다보니 담담해지는 것 아닐까요?

네, 맞아요. 그런 것 같아요.

집요한 내 질문에 마지못해 나온 대답이었다.

‘소규모 생산’이라는 현실

그런데, 기술적인 것에 집중하다 보면, 그쪽으로 막 빠져드는 사람이 있잖아요.

처음부터 “목공을 한다.”고 그러면, 주변 친구들은 “너 장인이구나.”라고 하는데, 뭐 처음부터 장인을 목표로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사람들은 구분하기 좋아하잖아요. “디자이너세요?”라든지 말이예요. 그런데 디자이너라는 것도 그다지 …… .

사실 디자이너도 아니고 장인도 아닌, 딱 중간 같아요. 내가 표현하고 싶은 걸 표현하고, 사람들이 뭘 좋아할 지 그런 얘기도 많이 듣고, 그걸 어떻게 구현을 해볼지 연구하고 말이죠.

그들의 활동에서 기존의 전승 공예나 현대 공예의 범주에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부분을 찾기는 힘들다. 오히려 주변 여건에 비추어 그들만의 합리적 방법을 정하고 스스로를 조직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먼저 공방을 만든 이상록도 그렇지만, 이후 합류한 신하루도 금속공예를 전공하고 디자인 문구 회사를 거친 후 목공을 시작한 경우다. 매체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다룰 때 목공예가나 가구 디자이너라는 말 대신 ‘스튜디오 가구 브랜드’ 따위의 신조어를 주로 사용하는 걸 보면, 그들의 활동이 장인 정신이나 기업가 정신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을 알게 된다.

가구에 도장을 하지 않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요즘 유행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

나무를 소재로 선택한 이상, 그걸 색으로 덮어버리면 아깝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리고 나무 결이 멋있고 좋아서 나무를 좋아했다기보다는, 그냥 나무가 갖는 톤과 느낌이 좋았거든요. 아주 물렁하거나 딱딱하지 않은 일종의 중간적 요소를 갖고 있는 소재로서의 나무를 좋아했어요, 그래서 과해지는 게 싫은 것 같아요.

그런데 완전히 원목 통나무의 모습이 남아있는 것도 별로 선호하지는 않아요. 그러니까 나는 내가 다듬을 수 있는 형태에, 아주 솔리드한 색깔이 아니지만 짙고 자연스러운 느낌이 나는, 그런 톤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신하루)옛날에 쓰던 소나무같은 건 약하거든요. 활엽수에 비해서 침엽수는 약해요. 그래서 그걸 강화하기 위해서 옻칠도 하고 그런 거죠. 사실 그럴 필요가 없으면 왜, 굳이 칠을 그렇게 하겠어요? 그 색을 덮어서 말이예요.

다른 나라 이야기지만 과거에 영국 캐비닛 제작자들이 낮은 품질을 숨기려고 무늬목으로 가구를 덮기도 했었다고 하는데요. 저는 도장을 하지 않으시는 것이, 재료에 대한 일종의 윤리적인 태도를 보여주려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사용자의 입장에서 …… 말이죠?

네. 사용자의 입장에서 말이죠.

좀 달라요. 뭐랄까, 우리는 선택지가 별로 없어요. 소위 말하는 이케아식 가구처럼 대량 생산을 할 수는 없잖아요. 대한민국 서울에서 무늬목을 붙여 품질을 감추는, 그런 일을 하는 건 대기업 아니고서야 승산이 전혀 없는 거예요. 원목을 사용한다는 건 감정적인 부분일 뿐 아니라 경제적인 부분이기도 한 거죠.

그래요. 옛 사례도 무늬목의 사용 자체가 비윤리적이기보다는 그렇게 무늬목을 사용한 상황이 그렇다는 이야기라고 해야겠네요.

도장을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아마도 재료를 바꾸겠죠. 원목은 칠도 잘 안먹는데다가, 칠을 할 건데 원목에다가 어설프게 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몸에 좀 안 좋더라도 MDF를 사용하겠죠.

도장을 한다면 들어가는 재료는 뻔해요. 거기에 도장을 뭘 쓰고, 그 속에 들어가는 나무는 뭘 쓰는지 뻔해요. 그러면 우리는 두 명이서 하는, 요정도 규모니까 큰 회사와는 경쟁이 안돼죠. 단순한 문제는 아니에요.

둘의 대답을 듣고 보니, 소규모 생산이라는 진짜 현실을 ‘대량 생산과 소비에 반발해 나타난 대안’이라는 정도로 너무 간단히 생각해온 건 아닌지 스스로 되묻게 된다. 그들이 조건에 따라 MDF에 도장을 할 것인지는 중요한 부분이 아닌 것 같다. 더 큰 회사들과의 경쟁 속에서 그들의 개성을 담은 가구를 계속 만들 수 있는 방법. 둘은 그것을 계속 고민하고 있었다.

저희처럼 오일로 마감하면 기다려야 하거든요. 칠하고 나서 하루, 장마철에는 이틀도 기다려야 되요. 말리고 나서 재도장해야 되고, 쓰다가도 또 상판을 정리하고 오일 칠을 다시 해야 되고. 사실 우레탄으로 한 번 입히면 다 해결돼요. 하지만 나무 자체의 숨구멍을 다 막아버려요. 우리가 하는 오일 마감보다 훨씬 세죠. 어떤 사람들은 그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그걸 하기 시작해버리면 공장을 돌리는 곳이랑 똑같아지는 거거든요.

그래서, 소규모이기 때문에 저희는 뭔가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뭔가 그렇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접점도 단절되고, 우리가 사람들에게 주장할 수 있는, 어떤 점이 좋다고 하는, 그런 메리트도 잃어버리게 되는 거예요. 효율적이고, 빠르고, A/S가 적게 난다는 이점을 가져오기 위해서 그걸 잃게 되는데, 그게 우리에게 이익이 되느냐 생각했을 때 그렇지 않다는 거죠. 그래서 우리 둘이 합쳐졌을 때 할 수 있는 일이 이거고, 그럼 그 일을 어떻게 잘 표현을 해낼까. 그런 것이 문제가 아닐까. 그게 소규모로 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요.

근본적으로 칠이 이게 좋으니까 이걸로만 해야 돼. 그런 감정적인 부분으로 접근을 하는 것이 아닌 거죠. 카페에 납품을 하는 테이블은, 저희도 우레탄 도장을 하기도 해요. 그런데 정말로, 우리 가구를 사는 개인들이 뭘 원할까를 생각하면, 천연 오일이 맞다는 거죠. 그런데 또 상품 개발이나 저희 상황에 따라서 충분히 변할 수가 있어요. 제가 생각할 때는, 지금 저희가 이렇게 생각하지만, 작기 때문에 그 변화에 민감할 수 밖에 없거든요. 그러니까 예전에는 우레탄 도장을 안 했지만, 필요하다면 그렇게 할 수도 있겠지요. 단지 감정적으로 나무가 좋아서. 도장을 안 하는 건 아니에요.

시간의 무게를 견디는 방법

시간의 무게를 견디는 가구라는 말은 어떤 의미인가요? 일부러 허술하게도 만드는 요즘 물건들과 다르다는, 튼튼하다는 뜻인가요?

오래 써도 안 망가진다는 말은 아니에요. 쓰는 사람이 오래 쓸 마음이 들어야 하는 게 더 중요해요. 그러기 때문에 아까 한 말처럼 형태가 질리지 않아야 하겠죠.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우리가 ‘써포트’를 해준다는 거예요. 당신이 쓰는 동안에 문제가 생기면, 마감이나 오일 칠을 어떻게 하면 되는지 설명도 해드리겠고, 어디든지 가서 해주겠다. 그거죠.

처음에 시범을 한 번 보여드리고, 그렇게도 하거든요. 여자분들, 주로 댁에서 관리하시는 분들은, 아파트에서 아무리 잘 설명을 드려도 내가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 거예요. 그럼 가서, 담소를 나누면서 작업을 해요. 한 번 칠한 다음에 좀 이야기 하다가 다시 닦아주고, 한참 후 내일 정도부터 쓰시면 된다고 얘기하고, 그럼 그 다음날 아침에 전화가 와서 아침부터 새 것이 되었다고, 좋다고 말씀을 하시고 그러죠. 사실 그런 부분들이 우리 라이프스타일엔 없어요.

있었다가 없어진 거죠.

예전에는 아주머니들이 무슨 왁스를 뿌려가지고 닦기도 하고 그랬던 거 같은데, 그게 없어요. 가구에 왁스를 칠한다고 하면, 무슨 왁스냐고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예요. 가구는 한 번 쓰면 죽을 때 까지 그냥 멀쩡해야 되는, 그런 거 아니냐는 생각도 갖고 계신데, 정말 아니죠. 가구를 어떻게 길들이면 되는지에 대한 설명 및 도움을 우리가 드리겠다는 의미에서 사실 시간의 무게를 견디는 가구라고 한 거예요.

저희가 또 그렇게 생각하는 계기가 있었어요. 한번은 물자국이 났다고, 막 그런 얘기가 들어와서, 저희도 뭔가 좋은 대답을 드리기 위해서는 우리도 일본 사이트에서 찾아봐야겠다 싶어서 검색을 해봤어요. 어떤 사람이 원목 테이블을 쓰고 싶은데 애들이 어려서 뭘 흘리면 얼룩도 질 거 같고, 휨이나 그런 것이 걱정이 된다. 그랬더니 어떤 사람이 답변을 했는데, 가구업에 종사하는 사람인데, 그거는 가구를 구입한 회사에 문의를 해보시면 될 거 같다고, 제대로 된 회사라면 그런 케어까지 분명히 서포트를 해줄 거라고, 그렇게 얘기를 하더라구요. 그래서 생각했죠. 아, 그러면 우리도 무작정 가구 왁스로 관리하면서 써야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고, 그걸 직접 해주는 것도 우리의 역할이고, 그런 생각을 한 분이라도 가지게 할 수 있는 작은 발걸음이지 않을까.

고객의 몇 퍼센트 정도가 그렇게 지원을 받고 있나요?

일단 저는 고객의 이름은 다 알아요. 연락이 오면, 바로 어떠시냐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요. 이젠 점점 머리에 한계가 오긴 하는데, 한 50% 정도는 편하게 전화가 오가는 정도는 돼요. 100%를 채우려면 인력을 더 충원해야 하는데, 상황 자체가 그렇게 되지는 못해서, 이쪽에서 더 적극적으로 하는 거에 한계가 있어요. 그래도 조금이라도 궁금한 게 있으시면, 처음엔 어떤 식으로 관리하면 되는지, 그런 거에 대해 언질을 다 드리고 있어요.

그렇게 하려다 보면 어차피 소규모로 갈 수밖에 없는 거 아닐까요.

확실히 소규모이기 때문에 그런 거에 대응을 할 수 있는 건 분명한 거 같아요.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가지고, 어떻게 우리의 장점으로 만들 수 있을까. 직원이 조금만 더 되어도, 그 직원들 먹여 살리느라 여기 저기 일 따러 다녀야 되고, 각자 분업화되면 분업화될수록 자기 일만 하고 그래야 되겠죠. 그것도 중요하긴 한데, 저희가 좀 전에 말했던 생각들을 유지해야지만, 그래야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정리하면, “시간의 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모든 도움을 드리겠다.”는 이야기다. 시간의 개념으로 고객과의 소통을 설명하는 부분이 꽤 인상적이다. 그들이 꾸려가는 가구 브랜드가 다른 브랜드와 차별되는 부분은 아마도 이 지점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런 나무들은 주로 어디서 구하시는 건가요?

저희가 사용하는 목재 가격 자체가 굉장히 비싸요. 다른 데 두 배 하는 목재도 있고 그래요. 손님들 중에 제가 주로 사용하지 않는 목재들을 원하시는 분은 직접 재료상에 모시고 가서 목재를 사오기도 해요.

오크, 월넛 같은 것들은 주로 북미산이 많고, 마호가니 같은 것들은 아프리카나 동남아에서 많이 나오죠.

옛날엔 직접 나무를 해서 가구를 만들었기 때문에 그렇겠지만 요즘엔 재료를 주변에서 구할 수도 없기 때문이기도 해요.

그럼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잘 쓰이는 나무 재료가 있긴 한가요?

참죽나무가 잘 쓰이는 편이고, 그리고 소나무나 느티나무 같은 것들을 많이 쓰죠. 그런데 제대로 건조가 되고 그러기엔 시간이 오래 걸리고 하기 때문에 공급이 부족해요.

제가 봤을 때는,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나무로 집을 짓는다. 그러면 고속도로를 하나 뚫어야 할 거예요. 그렇데요. 생산량이 균일하지도 않고, 안정적으로 뭔가를 할려면 이렇게 해야 하는 거죠. 아니면 시골에, 벼락 맞아서 떨어진 나무, 그런 걸 구해서 하시는 분도 있데요.

마지막 질문이었던 재료의 선택과 수급 부분에서도 그들의 태도는 여전하다. 어떤 특별한 의미를 먼저 두고 그렇게 했다기보다는 적합한 방안을 찾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소규모로 공방에서 생산하는 가구를 구입해 사용하는 것은 대량생산된 가구를 구입해 사용하는 것과는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대량생산된 가구들은 보통 광범위하게 통용될만한 일종의 소비자 모델을 정하고 그에 따라 생산된다. 당연히 여러 측면에서 가장 일반적인 생활 조건을 반영하게 된다. 우리는 같은 소비자 모델을 두고 생산된 비슷한 가구라면 보다 저렴하고 품질이 좋은 물건을 비교해 선택한다.

소규모로 생산된 스튜디오 가구들은 그런 일반적인 생활 조건에서 약간은 비켜선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확실히 좁은 가구 영역이다. 둘 간의 차이는 형태, 재료, 색상, 접합 방식, 크기 등을 비롯해 그것이 놓일 환경에 대한 고려에 이르기까지 근본적이면서도 광범위하다. 대부분 대량생산된 가구보다 비싸다는 점이 선택을 망설이게 만든다. 하지만 소규모로 생산된 제품들을 품질과 가격만으로 비교, 선택하고 구입하는 것은 넌센스다. 대신 그들이 지향하고 제공하려는 가치가 무엇인지 공감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완벽한 가구란 없다. 아이네클라이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함께 만들어갈 조력자가 필요했으므로, 나는 그들을 선택했다. 아이네클라이네는 매우 다양한 기본 생산 모델을 갖추고 있기도 하지만, 소비자의 희망에 따라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 또한 사후 방문 지원도 충분히 이뤄지고 있는 것이 장점이다. 집 안 가구를 나름의 생각대로 만들어볼 생각이라면 그들에게 조언을 구해보길 권한다.

커피 드리퍼의 고전 케맥스(Chemex)

* 디앤디파트먼트 서울점 블로그에 올린 글입니다. (원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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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맥스 클래식 드리퍼는 1896년 독일에서 태어난 피터 슐룸봄(Peter Schlumbohm)이 미국으로 건너온 후 발명한 수십여가지의 제품들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물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베를린 대학에서 화학박사 학위를 받았던 화학자이자 발명가였고, 본래 집중했던 분야는 화학적 방법을 통한 냉장 방식의 개발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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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말, 투자자의 간섭을 피하기 위한 방법을 찾던 그는 1939년 4월 13일 필터링 도구(Filtering Device)라는 이름의 특허를 냈습니다. 1939년 말에는 케맥스 코퍼레이션을 설립하고 필터링 도구의 구조를 수정해 커피 메이커의 형태를 완성하게 됩니다. 전쟁이 막바지로 흐르던 1942년, 케맥스 커피 메이커는 뉴욕 MoMA 의 간행물에 ‘쓸모있는 사물들’로 선정되어 소개되었습니다. 케맥스가 선정된 이유는 당시 부족하던 자원인 철과 알루미늄 대신 잘 안쓰던 재료인 유리만으로 만들어진 점과 유행하던 유선형(streamline) 디자인의 장식성을 탈피한 간결하고 기능적인 디자인이 크게 평가받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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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형태를 보면 이름처럼 화학 실험 도구를 연상케 합니다. 피터 슐룸봄은 실험실의 플라스크를 실험을 통해 여러 형태로 변형하면서 현재의 모습과 같은 에어 채널이 달린 깔대기 모양의 유리 플라스크 형태를 도출해냈습니다. 역시 화학 실험실에서 주로 쓰이는 콘 형태의 두꺼운 종이 필터를 사용해 추출의 안정성을 높혔고요. 이 필터는 그래서 아직도 케맥스드리퍼와 함께 쓰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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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맥스가 처음 선보인 곳은 1939년 뉴욕 박람회. 2차대전기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모던 디자인의 아이콘이 된 케맥스는 뉴욕 현대 미술관(MoMA)과 코닝 유리 박물관 등에 전시되고 소장된, 디자인 분야의 걸작이라고 할 만 합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지요. 케맥스 커피메이커는 파이렉스 유리(Pyrex – 붕규산 유리의 일종)를 사용합니다. 지금이야 흔한 일이지만 이 파이렉스 유리는 뜨거운 액체에도 문제가 없어 케맥스가 개발된 당시에는 특별한 기술로 평가받았습니다. 또한 콘 형태의 전용 종이 필터는 100% 소나무 섬유질로 되어 있고 일반 필터보다 3배 가량 두껍고 치밀합니다. 이 케맥스 필터도 마찬가지로 슐룸봄의 발명품인데요. 추출의 속도와 양을 최대한 일정하게 조절해주기 때문에 다른 종이 필터보다는 전용 필터를 사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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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ource깔대기 형태의 유리 표면 한 쪽에는 에어 채널(air channel)이라는 통로가 있습니다. 전용 필터를 꼽은 후 뜨거운 물로 적시면 필터 종이는 유리 표면에 밀착됩니다. 이 상태에서 커피를 통과해 내려진 뜨거운 물은 수증기를 발생시키는데요. 그로 인해 높아진 압력이 에어 채널을 통해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다른 드리퍼와는 달리 필터와 드리퍼 표면이 밀착되고 에어 채널은 매우 좁아서 배출되는 수증기의 양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커피의 향이 잘 보존되는 구조라고 합니다.

전체적으로 이 커피 메이커는 특별한 방법 없이도 가장 적당한 드립 커피를 쉽게 추출할 수 있도록 고안되습니다. 때문에 전용 필터를 장착하고 알맞은 커피를 넣어주면 어떻게 물을 흘리건 맛의 차이가 적은 것이 특징입니다. *(파인 그라인드나 드립 그라인드보다 레귤라 그라인드가 더 좋습니다. 천일염 소금의 굵기 정도라고 합니다.)

초보자와 전문가 모두에게 사랑받아온 커피메이커 케맥스, 드립 커피가 어려워 망설이고 있다면 시도해보시길 권합니다.

도시락으로도 쓸만한 도시락 바구니 사용기

* 디앤디파트먼트 서울점 블로그에 올린 글입니다. (원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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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은 예로부터 대나무로 만든 공예품의 주 산지로 유명했습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담양 오일장은 대나무 소쿠리와 채반과 같은 여러 가지 종류의 물건들을 만들어 가져와 팔고 사는 사람들로 들썩이곤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영화 촬영지로 유명한 죽녹원이나 담양군에서 준비하는 대나무 엑스포와 같은 그럴듯한 볼거리가 있는지는 몰라도 담양을 담양답게 만들어주던 지역의 대나무 생산품들은 자취를 감춰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죽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른 팔뚝만한 대나무를 가르기를 거듭해 원재료인 대나무살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매우 고된 일입니다. 또 그런 살을 엇갈려 짜는 일도 만만한 일은 아니다보니 젊은 사람들보다는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이 대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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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점 한 켠에 자리한 남상보 할아버님의 원바구니, 도시락바구니도 그런 담양의 물건입니다. 두 상품 모두 작은 소품을 담는 용도나 선물용 박스 대용으로 쓰기에 적당한데요. ‘도시락바구니’라는 이름의 네모진 바구니는 본래의 용도도 도시락이었다고 합니다. 들판에 일을 하러 나갈 때 밥을 담아서 가져가기 좋은 물건이었다고 하는데요. 담양군 자료에 따르면 남상보 할아버님이 살고 계신 동네는 일제 강점기엔 일본군에 도시락 바구니를 납품하기도 했다는군요. 밥을 담아 쓰기에 어떨지 의문이 들던 차에 서울점에서 직접 시험을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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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고슬고슬 잘 지은 쌀밥을 도시락바구니에 넣고 뚜껑을 닫은 후 약 두 시간 정도 놓아두었습니다. 처음엔 따뜻한 기운이 바깥까지 전해졌습니다. 중간 중간 살짝 열어보니 아주 천천히 식으면서 조금씩 건조되는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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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 후 열어보니 밥은 표면이 아주 약간 꼬들해진 상태였습니다. 젓가락으로 떠서 씹어보니 여름에 먹기엔 따뜻한 밥보다 오히려 안성맞춤일 정도라고 해야 할까요? 맛도 은은한 대나무향이 났습니다. 불현듯 김에 싸먹으면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해보니 정말 괜찮았습니다.

밥이 너무 잘되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김과 약간 굳은 밥의 조화가 좋았을까요? 그도 아니면 그냥 느낌상 그랬을까요? 아무튼 불편한 느낌은 별로 없고 “야외라면 이 도시락도 참 잘 어울리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밥풀이 대나무 사이에 붙으면 곤란하겠다는 걱정도 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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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도시락이 바닥을 보일 때 쯤 자세히 살펴보니, 사방의 뚫린 구멍으로 공기가 통해서인지 생각보다 밥풀이 붙지 않았습니다. 밥이 약간 건조되는 것도 그런 이유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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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먹고 나니 약간의 밥풀은 묻어있었습니다. 이젠 닦아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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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처럼 사이로 끼기도 했지만, 조금 공들여 닦고 터니 어렵지 않게 말끔해졌습니다. 아얘 건조시킨 후 떼어내는 것이 더 쉬울수도 있겠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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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것처럼 말끔해진 모습입니다.

“도시락이라는 이름이 괜히 붙어있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요즘의 도시락과는 다른 좋은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젖어있는 음식을 담아 내기는 어렵겠지만 흘러나오지 않을만한 적당한 음식물을 담는 건 괜찮겠다는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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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3D 프린터들

3D 프린터 얘기들이 많아서 작정하고 구글링을 좀 해봤더니 아마도 올해 안에 상당히 고퀄리티 기종이 몇십만 원대로 떨어질 것 같다. 0.1밀리 공차 정도의 기종이 현재 2,200불 정도다. ref. makerbot3ders , wikipedia 3d printer

사실 기계보다도 재미난 것이 그 콘셉트다. Reprap라는 오픈 소스 프로젝트는 ‘프린터로 프린터를 프린트하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상태는 상당 부분의 조인트 부품과 톱니 등을 찍어내도록 개발된 상태. 모든 부품의 도면은 관련 사이트를 통해 모두 공개되어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가능한 부품은 직접 찍어내고 필요한 것들은 구해오면 또 하나의 클론을 만들 수 있는 것. Reprap은 모든 부품을 포함한 키트를 500불도 안 되는 값에 쉽게 구할 수 있다. ref. reprapthingiverse

“누구나 잘 만들 수 있다.”는 말이 현실이 되는 걸까. 오픈 소스 기반의 도구가 만들어내는 ‘자동 제작품’의 품질은 지금보다 몇 배나 더 높아질 수 있을까? 미국엔 자동 소총 도면같은 것도 공개된 것 같던데 자동차 도면같은 것도 공개될까? 그렇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는 과연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왠지 이런 기술이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확 바꿔버릴 것 같지는 않은데. ref. defensedistributed

 

피들리Feedly, 포스트 구글리더 계획 노르망디Normandy 발표

구글 리더 계정의 이전을 설명하는 피들리의 공지
구글 리더 계정의 이전을 설명하는 피들리의 공지

어제 구글의 구글리더 폐쇄 발표 이후 사용자들이 패닉에 빠졌는지 구글리더와 연동 서비스를 제공하던 몇몇 서비스의 서버가 오늘 아침 먹통이되는 사태 발생. 오후에 확인한 바로는 구글 세상보기 서비스도 먹통인 상태입니다. (관련 글 “구글 리더의 중단, 대중적 큐레이션 시대의 개막” 참조)

피들리의 경우 서버를 보충해 서비스를 재개하면서 노르망디 프로젝트를 발표했습니다. 구글리더의 기존 사용자들을 그대로 흡수하는 것에 더해 구글 리더 API를 사용하던 써드파티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도 그대로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특이합니다. (관련 글 “구글리더에서 피들리로 이전하기” 참조)

그런데 “구글리더의 에코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 keep the Google Reader ecosystem alive)”하려는 그들의 계획이 먹힐까요? 피들리와 구글 커런트(한국명 구글 세상보기)는 어떤 관계가 될까요? 구글 커런트와 어찌 보면 너무도 유사한 모습의 피들리가 그대로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좀 성급한 추측이지만… 아마도 최근 추세를 보았을 때, 씸리스한 디자인과 성능으로 어필한 피들리만큼 구글도 커런트 서비스의 성능과 외형을 당연히 보강하겠지요. 플립보드가 여러 SNS 플랫폼까지도 연동 서비스에 포함시켜 차별화를 꾀하는 것 처럼 피들리도 문어발 전략으로 나갈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다 플립보드처럼 시시해져버릴수도 있겠지요.

아무튼 개인적으로 열혈 구글리더 사용자였던 관계로 관리해오던 500여개의 RSS FEEDS와 수천여개의 STARRED된 게시물 기록을 날리지 않아도 되니 너무기쁩니다. 피들리 만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