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국제부와 모스크바 주재특파원을 지낸 이장훈 기자가 (미래 M&B 간)라는 주목할만한 저서를 펴냈다.
저자는 저서에서 미국의 매파들이 북한을 선제공격하기 위한 작전 시나리오로 이미 ‘OPLAN 5027-03.04등을 구체적으로 마련한 상태라고 주장한다.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이 양면을 바다로 접한만큼 내륙국이었던 이라크에 행했던 하루 8백소티(sortie, 출격)의 공군기 출격의 다섯 배에 달하는 하루 4천회 출격이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미군과 한국군은 북한을 30~60일에 결정적으로 패배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저자는“네오콘은 이런 전략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전쟁이 발발하면 희생될 수많은 민간인들은 그 현실에서 완전히 배제하고 있다”(2백29쪽)고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의 신보수주의자 ‘네오콘’의 정체 밝혀
이 책에는 이밖에도 많은 충격적인 사실과 분석들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세계평화를 무시하는 ‘깡패국가’를 응징하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유지·확대하는 게 우리의 이상”이라고 공공연히 말하는 미국의 강경한 신보수주의자들을 일컫는 ‘네오콘’(Neocon)의 실체와 궁극적인 목표를 다양한 자료와 치밀한 논리로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미국 핵심 부문에 다수 포진하고 있는 네오콘의 대부분이 유태인이며 뉴욕 등 동부지역의 명문대학을 나온 엘리트로서 군사, 외교, 학계, 언론 등의 분야에서 학연과 개인적인 친분 관계로도 서로 긴밀한 유대를 맺고 있다”며, 이들은“일종의 클랜(clan:일문) 또는 커밸(cabel:도당)”같은 성격의 집단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젊은 시절엔 좌파에 몸담거나 민주당원이기도 했지만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80년대에 ‘미국의 힘’에 의한 정의를 외치며 냉전을 승리로 이끈 후 그를 자신들의 정신적인 지도자로 여기고, 클린턴이 집권한 기간을 ‘잃어버린 10년’으로 간주하고 있다.
네오콘은 클린턴 집권 기간 동안에 학계와 싱크탱크로 물러나 있다가 조지 W.부시가 대통령에 집권하자 행정부와 언론의 전면에 나서며 ‘미국의 21세기’라는 군사적 우위를 기초로 한 강력한 대외전략을 밀고 나가려 했으나 전통적 보수주의자인 ‘온건보수세력’의 견제로 제대로 이를 추진하지 못해왔다.
하지만 미국 역사상 첫 본토 공격인 9.11테러를 계기로 여론이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 주었고 이후 전면에 나서 미국과 세계를 자신들의 생각과 가치관에 따라 움직이게 하고 있다.
‘영구전쟁’의 정치철학과 선제공격으로 무장
저자가 분석한 네오콘의 사상적인 뿌리는 정치철학과 군사정책이라는 두 갈래로 나눠진다.
이들의 정치철학은 레오 스트라우스 시카고대 교수의 사상에서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스트라우스 교수는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투쟁을 해야 하며, 평화는 인간을 타락시키기 때문에 영구평화보다는 영구전쟁이 더 바람직하다”고 여긴 인물로 네오콘도 자신들을 스스로 ‘스트라우시언’이라고 말하고 있다.
네오콘의 무력을 기반으로 한 군사중심적인 외교정책에 영향을 미친 사람 역시 시카고대학 교수 출신으로 핵 전문가인 월 스테터. 그는 MD(미사일방어)체제의 구축이나 선제공격에 입각한 새로운 군사전략의 바탕이 되는 이론을 정립한 인물로, 네오콘은 그의 이론과 생각에 기초하여 중국을 잠재적인 적국으로 두는 MD체제와 이라크나 북한 같은 ‘불량국가’들에 대한 선제공격에 나서고 있다.
네오콘의 실질적인 목표는 단순한 시오니즘이나 아랍문화에 대한 기독교문화의 혐오뿐 아니라 석유 등 에너지 자원에 대한 통제와 ‘달러화’로 대변되는 미국 중심의 세계경 체제 유지에 더 큰 목적을 두고 있으며, 이를 방해하는 세력이나 국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군사적 압박을 통해 ‘팍스 아메리카나’를 이루려 하고 있다.
월포위츠 국방 부장관 , “독재자 혐오한다”며 전두환 지원
이 책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네오콘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부분이다.
저자는 네오콘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폴 월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이 스스로 “독재자를 혐오한다”고 자주 발언하고 이라크 전쟁역시 “후세인이라는 독재자라는 몰아낸 것”이라며 침공을 정당화하고 있지만, 정작 한국에서 혹독한 군사독재가 이뤄지던 80년대에 레이건 행정부에서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역임하며 전두환의 미국 방문을 환대한 인물임을 상기시킨다. 저자는 “월포위츠가 말하는 독재자에 대한 혐오감은 그 독재자가 ‘미국의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이라는 단서조항을 붙여야 할 것”이라고 꼬집고 있다.
이 책은 또 월포위츠가 차관보 시절 중국의 한반도 영향력 확대에 대한 우려와 남북관계의 진전이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남북정상회담의 성사를 막아낸 ‘장본인’이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월포위츠는 1983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시절 중국 최고지도자 덩샤오핑이 제안한 남북 정상회담을 막은 바 있다. 최근 비밀 해제된 국가안보문서에 따르면 덩샤오핑이 남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베이징에서남북정상회담을 열자고 남북한에 각각 제안했으나 월포위츠가 이를 거부하도록 남한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2백18쪽)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결론은 간단하다. 이제 우리의 대외정책은 ‘네오콘’으로 대변되는 미국이나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강국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한반도에 의한, 한반도를 위한, 한반도의 대전략”이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