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미 클라인의 노-로고가 아니라 셀프리지의 노-노이즈

셀프리지 노-노이즈 프로젝트, 셀프리지 웹사이트 이미지.

2012년 세계 백화점 협의회(Global Department Store Summit in Paris)에서 최고의 백화점으로 선정되었다는 영국 셀프리지(Selfridges)가 시작한 신년 프로젝트 노-노이즈(NO-NOISE, http://nonoise.selfridges.com). 나오미 클라인의 저서 <NO LOGO>를 오히려 꽤 ‘심오하게’ 응용한 이 프로젝트의 첫 마디는 이렇다.

쏟아지는 정보와 자극으로부터 무방비상태가 된 우리들, 세상은 더 시끄러운 곳이 되고 있습니다. 단순한 판매를 뛰어넘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우리는 여러분을 초대해 ‘조용한 힘’의 탄생을 축하하려고 합니다. 북적임 속에서 차분함을 발견하시고 기능의 아름다움을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말 그대로 ‘조용한 가게The Quiet Shop’에는 “세계 최고의 인지도를 자랑하는 브랜드”만 골라 로고를 지운 특별 콜렉션이 준비되어있다. 하인즈에서는 노-노이즈 케첩과 베이크드빈을 각각 2.99 파운드와 1.99 파운드에 내놓았고 리바이스에서도 노-노이즈 501 청바지를 115파운드에 준비했다.

무인양품을 떠올리다가 이 프로젝트를 살펴보니, 이제 이런 종류의 마케팅도 여간 세련되지 않으면 통하지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패셔너블한 클래식 디자인 콜렉션이 그림의 떡이었다면, 그리고 런던에 있다면 바로 구입하시라. 가격도 무척 착하다.

덧. 셀프리지 백화점의 창립자인 헨리 고든 셀프리지(Harry Gordon Selfridge, 1864~1947, 위키피디아 링크)의 이야기를 다룬 텔레비젼 드라마가 영국 민영 ITV에서 2013년 1월 방영된다. 아래는 트레일러.

No Logo: 공장 폐쇄

<슈퍼브랜드의 불편한 진실(원제 <No Logo>, 나오미 클라인 지음, 2000년 초판 발행)>의 9장을 요약한 메모.

이제 기업은 브랜드에 깊고 내밀한 의미를 담아내려고 하며 광고대행사는 자신이 제품을 선전해서 파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대신 참된 가치를 짜내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브랜드 구축자들은 지식경제에서 제 1의 생산자들인 셈이다. 고용 환경은 변화했다. 슈퍼 브랜드 기업들은 영혼을 세우고 성가신 육체를 잘라냈다. 슈퍼 브랜드 구축과 운영에 드는 엄청난 비용을 생산 관련 투자비의 축소로 해결했다. 기업의 우선순위가 바뀌자 공장 노동자와 장인으로 대표되는 실제 생산자들의 위치가 불안해졌다. 과거 생산가:소매가 1:1에 만족했던 기업들은 이제 1:4의 이윤율을 낼 정도의 저가생산처를 찾아다닌다. 생산과정과 생산자는 평가절하되고 있으며 브랜딩은 부가가치를 독차지한다. 생산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배설물처럼 다뤄진다. 기업들은 제품 생산을 마치 자원 취급 기업이 구리나 나무를 조달하는 것처럼 제품을 조달한다. 생산 부문이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제조업체가 노동 인력을 책임진다는 전통적 사고도 함께 빠져나간다. 세계적인 브랜드들은 근로 조건에 대한 책임을 하청 업체에게 떠넘긴다. 그리고 그저 물건을 아주 싸게 만들라고 말하면 끝이다. No Logo: 공장 폐쇄 더보기

No Logo: 브랜드 폭격

No Logo
No Logo *photo:Flickr _ KayVee.INC

<슈퍼브랜드의 불편한 진실(원제 <No Logo>, 나오미 클라인 지음, 2000년 초판 발행)>의 6장을 요약한 메모.

다국적 기업들은 다양성에 대해 말하지만 실상 눈에 보이는 것은 마케터들의 말대로 유니폼을 입고 아무 생각 없이 쇼핑몰로 행진하는 10대 무리뿐이다. 다인종 이미지를 받아들이긴 했지만 시장 주도형 세계화는 다양성을 원하지 않는다. 만화경처럼 쏟아지는 ‘다양성이 통합된 거리’ 이미지부터 “어디로 가고 싶어요?”라고 묻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꼬임까지, 우리는 매일 광고의 홍수 속에 살아간다. 그러나 경제면에 나오는 세계는 검정색 하나뿐이고, 사방의 문은 모두 쾅 닫혀 있다. 새로운 회사 매입 소식도 있고, 갑작스런 부도 소식에 대규모 합병 이야기도 들린다. 이 이야기들은 모두 선택지가 줄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어디로 가고 싶어요?”라는 질문의 본 뜻은 “내가 원하는 곳에 당신이 가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죠?”이다. No Logo: 브랜드 폭격 더보기

No Logo: 브랜드라는 꼬리표를 단 새로운 세계

<슈퍼브랜드의 불편한 진실(원제 <No Logo>, 나오미 클라인 지음, 2000년 초판 발행)>의 1장을 요약한 메모.

지난 15년간(85’~90s) 다국적기업들이 쌓아올린 부와 문화적 영향력은 천문학적으로 증가했다. 1980년대, 경기 후퇴기(70’~80’) 이후의 상황은 다음과 같았다.

  • 경영학자들: 제품보다 브랜드를 만드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주장
  • 오랫동안 제조업은 산업경제의 핵심. 제조업체들은 모두 제품 생산에 주력할 시기 “…… 구매력은 공장과 땅 밑에서 나온다(1938년 포춘).”
  • 기업들이 몸집을 불려오다 과고용을 감당 못하고 무너지고 있다는 여론 대두.
  • 그런데 MS, Tommy Hilfiger, Intel 등은 이 때 제품 생산이 ‘지엽적’이라는 대담한 주장을 내놓았고, 마케팅은 중요 실무, 생산은 하청에 맡기는 방식을 취했다. 강력한 이미지를 만드는 업체가 승리하는 시기가 되다.

90년대의 재계 합병 바람은 이상한 현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 합병은 업체의 외형을 확대하면서 제조업 부문의 매각을 가속화하는 작업이었다. 유명한 제조업체들은 이제 제품을 구매하고 거기에 상품을 붙인다. 1부에서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집착하는 기업이 공, 사적 공간에서 벌이는 치열한 전쟁에 대해 살펴본다.

브랜드 탄생 비화

대규모 마케팅 활동은 19세기 후반에 처음 시작되었다. 브랜드를 부각시킨 첫 번째 제품은 발명 자체를 활용한 광고와 거의 같은 시기에 등장했다. 기술적으로 ‘공장’이 탄생하고 대량생산이 처음 구현된 시기다. 같은 물건들이 시장에 넘치니 차별화된 “브랜딩 작업은 기계시대의 필수 조건이 되었다.” 하지만 이 때의 광고와 브랜딩은 딱딱한 과학적 설명에 가까웠다.

1920년대, 브루스 바터는 제너럴 모터스를 ‘개인적이지만 따뜻하고 인간적인’ 미국 가정을 상징하는 존재로 탈바꿈시켰다. 1940년대, 브랜드는 제품 라벨 수준에서 벗어나 총체적 브랜드 아이덴티티나 ‘기업의식’을 가지는 수준이 되었고 제품 자체의 속성에서 벗어나 인간 생활에서의 문화적 의미 등을 고민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생산에 대한 집착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 1988년, 필립모리스가 크래프트사를 126억 달러에 매입하면서 브랜드 가치에 대한 열풍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 가격은 크래프트사의 장부상 가치의 6배에 달했는데, 달리 말해 6배의 브랜드 가치가 실제로 평가된 것. 이후 상표 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 되었다.

브랜드 사망 선고 : 지나치게 과장됐던 루머

브랜드 가치에 대한 열광은 90년대 내내 지속되었다. 그런데 1993년 4월 2일, ‘말보로 금요일’이라 불리는 이 날에 필립모리스는 값싼 경쟁 브랜드들의 시장 잠식에 맞서서 담배값을 20퍼센트나 인하했다.  전문가들은 브랜드가 죽었다고 공언했고 월가와 기업들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소비자들에게는 유명 상표 외면 현상이 나타났다. 가격에 눈을 돌린 소비자들을 상대할 저가 제품들이 범람했다.

1990년대 초의 말보로 금요일 이후 광고비는 감소했고 대신 기업들은 판촉 활동에 열을 올렸다. 브랜드의 전성기는 끝나는 듯 했다. 그런데 어째서 타이드나 말보로 브랜드의 부고를 접한 우리가 토미 힐피거나 나이키, 캘빈 클라인을 선전하는 대대적인 지원군을 다시 맞이하게 된 걸까? 그 복귀를 가능케 한 건 누군가?

브랜드의 귀환

타이드나 말보로와는 다르게, 나이키, 애플, 바디샵 등의 성공 기업들은 브랜딩 작업을 총체적이고도 완벽하게 실행해왔다.  이들은 브랜딩이라는 개념을 진정한 기업 조직으로 통합시켰다. 뼛속까지 브랜딩이 되어 있었다. 말보로 금요일 이후 이런 90년대식 마케팅과 소비자 주권 주의 둘은 동시에 발전하게 된다.

마케팅 비용은 공통적으로 증가했다. 나이키는 스타 운동선수와 결합해 사이비 과학을 선전했고, 베네통과 캘빈클라인은 외설, 혹은 진보정치와 결합된 라이프스타일 마케팅을 실행했다. 앱솔루트 보드카는 더욱 추상적인 방법으로 일명 ‘문화 스펀지’처럼 그들의 브랜드를 재창조했다.  GM은 소비자를 초대해 공장에서의 저녁식사를 주선했고 MS와 애플은 인간과 기계의 새로운 관계를 상품으로 팔았다. 갭, 이케아, 바디샵, 스타벅스 등도 단순한 광고가 아닌 복합적으로 소비자와의 관계를 끌어내는 마케팅 기법을 활용해서 완벽한 브랜드를 창조했고 그걸 팔았다.

이쯤 되자 제품 생산자가 아닌 ‘의미 중개자’임을 자각하고 내세우는 전혀 새로운 기업들이 등장해서 브랜드를 외치며 마케팅 르네상스를 촉구했다. 나이키와 같은 회사는 파는 대상이 제품이 아니라고 공언했고,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기업, 온라인 브랜드가 등장하자 이런 개념은 훨씬 더 설득력을 얻는 단계로 발전했다. 회사들은 제품을 생산하지 않고 덩어리째 납품만 받으며 아무것도 만들지 않는다.

재계가 일용품 시장이라는 제단에 엎드려 기도하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이제 기업들은 오로지 미디어라는 우상만 숭배한다. 톰 피터스의 말대로 “브랜드 브랜드 브랜드!!! 90년대 후반 이후에는 …… 이것이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