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Logo: 공장 폐쇄

<슈퍼브랜드의 불편한 진실(원제 <No Logo>, 나오미 클라인 지음, 2000년 초판 발행)>의 9장을 요약한 메모.

이제 기업은 브랜드에 깊고 내밀한 의미를 담아내려고 하며 광고대행사는 자신이 제품을 선전해서 파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대신 참된 가치를 짜내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브랜드 구축자들은 지식경제에서 제 1의 생산자들인 셈이다. 고용 환경은 변화했다. 슈퍼 브랜드 기업들은 영혼을 세우고 성가신 육체를 잘라냈다. 슈퍼 브랜드 구축과 운영에 드는 엄청난 비용을 생산 관련 투자비의 축소로 해결했다. 기업의 우선순위가 바뀌자 공장 노동자와 장인으로 대표되는 실제 생산자들의 위치가 불안해졌다. 과거 생산가:소매가 1:1에 만족했던 기업들은 이제 1:4의 이윤율을 낼 정도의 저가생산처를 찾아다닌다. 생산과정과 생산자는 평가절하되고 있으며 브랜딩은 부가가치를 독차지한다. 생산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배설물처럼 다뤄진다. 기업들은 제품 생산을 마치 자원 취급 기업이 구리나 나무를 조달하는 것처럼 제품을 조달한다. 생산 부문이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제조업체가 노동 인력을 책임진다는 전통적 사고도 함께 빠져나간다. 세계적인 브랜드들은 근로 조건에 대한 책임을 하청 업체에게 떠넘긴다. 그리고 그저 물건을 아주 싸게 만들라고 말하면 끝이다. No Logo: 공장 폐쇄 더보기

시각과_현대성_발제문

시각과 현대성 _ 주은우 #
3장 원근법과 현대성의 사회적 조건 20040418 수유+너머 _ 시각성 세미나 _ ‘시각과 현대성’ | 최 윤 호

3. 원근법과 권력의 응시

원근법은 초월적인 시각적 주체를 포함하며 이것은 구체적인 개인이 아니라 탈육화된 주체를 의미한다. 원근법적 시각양식에서의 주체는 개인의 주체성으로서의 측면도 있으나 그 이면에는 개인을 초월적인 주체에 종속시키는 과정이기도 하다.(p323) 이 ‘종속으로서의 주체화’를 바로 원근법이 시각의 장에서 수행하는 것인데, 개별주체는 큰 타자의 응시의 위치에서 그 큰 타자의 시각으로 관찰하게 된다. 현대성의 주체가 텅 빈 형식일 때, 사회적 담론들은 그것을 채우게 되며, 푸코는 그것을 권력이 작동하는 통로로 보았고 라캉은 에고 형성을 위한 이미지의 제공통로로 생각했다. 하여간 그 둘 모두의 경우에서, 현대성의 시각 체제는 권력 체제이며 개별 주체의 시각은 큰 타자의 응시를 통해 권력의 시각에 종속됨으로써 구성된다. 17세기 이후의 절대 군주제에서 우리는 이런 권력의 응시가 작동하는 모습, 즉 원근법과 권력의 관계를 그 시대의 시각양식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1) 군주권력의 응시

(1) <시녀들 _ Las meninas (Diego Velázquez, 1656, Prado, Madrid)> : 재현과 응시

푸코는 17세기 고전주의 시대를 설명하기 위해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이라는 그림을 분석한다. 그에 따르면 ‘시녀들’은 ‘고전주의 재현에 대한 재현’인데 그것은 그림에서 나타나듯 재현 자체를 묘사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 그림에서 재현의 과정들은 생략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시녀들’은 고전주의적 재현의 틀 안에서는 재현행위의 재현이 불가능함을 묘사하고 있기도 하다.. -_-;;

http://ssall.com/MT/archives/velazquez.meninas _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이 그림에서 특징적인 것은 거울 속에 스펙터클로서 위치하는 왕과 왕비이다. 그림 속에서 왕과 왕비, 관람자인 나, 그리고 화가의 응시가 서로 수렴되는데, 실상 왕과 왕비는 그림 속에서 실체로서 등장하지 않으며, 그 숨겨진 거울 속의 응시는 관람자인 나의 응시와 같게 되는 것이고 ‘주권적인 중심’이다. 푸코는 이 중심이 재현을 가능하게 하는 출발점이라고 다루고 있다. 왕과 왕비가 관념적임과 동시에 실재하는 이 점에서 관람자는 재현과 연결되고, 연계성은 관람자 자신이 아닌 그림 내부로부터 이루어진다. 따라서 이 그림은 그림의 구성 자체에서 연역되며 구체적인 관람자 개인에게 준거하지 않는다는 원근법의 원리도 확인된다.

이 그림에서 주체는 생략되어있다. 시녀들의 작가로서의 주체, 관람자 자신의 주체, 돌아선 캔버스의 등장인물로서의 주체는 그림에서 드러나지 않는데, 이 생략을 푸코는 재현의 순수성과 투명성의 획득을 위해 필연적이라고 생각했다. 설은 화행이론의 관점에서 그의 입장을 비판했는데, 모든 회화적 명제가 가진 “나는 본다.”는 함축적 능동형이 그 비판이다. 즉 왕과 왕비가 이미 위치해버린 그곳에서 작가는 그림을 그릴 수 없다는 것인데, 벨라스케스가 군주의 시점에서 그림을 그리면서도 뒤돌아선 캔버스 뒤의 어두컴컴한 곳에서 실체로 드러나는 역설을 말한 것이다. 이후의 광학적 분석과 슈나이더와 코헨의 반박에서는 그 거울 속의 환영이 뒤돌아선 캔버스의 인물을 나타낸다고 하였으나 그러한 논쟁은 ‘원근법의 구성이 그림 바깥의 실제적인 관람자의 시점에 준거한다.’는 생각에 집착하기 때문인데, 벨라스케스는 이런 원근체계의 선입견을 역이용하고 있으며 그림에서 드러나는 엄격한 기하학적 구성이 그 함정?을 가려준다. 결론적으로 ‘시녀들’의 구도는 재현이 기하학적 조직화와 상상적 구조간의 계산된 불일치로 구성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푸코는 문과 거울의 경쟁을 지적하고 있으며 위에서 말한 불일치의 구성을 정확히 인식하고있다. 주체는 왕의 위치인 그림 외부의 중심점에서 등장하는데 그것은 권력의 시점이기도 하며 17세기의 현대성의 시각은 바로 이 권력의 시각이다.

벨라스케스는 사실보다 어둡게 그림 속에 자신을 등장시킴으로써 궁정사회의 위계와 조직화를 묘사했으며 왕이 원하는 왕 스스로의 모습을 표현했다. 왕은 드러나지 않은 채 응시를 유지하는데 이로써 권력의 응시는 더욱 강력해진다.

(2) 스펙터클과 감시

푸코는 ‘감시와 처벌’에서 군주의 권력을 가시성의 권력으로 이해하였고, 군주의 권력이 현시되는 처형장이나 프랑스 혁명 후의 길로틴과 같은 스펙터클 속에 잔존하였다. 그러나 군주의 권력을 가시성 하나만으로 한정할 수는 없다. 앞의 그림에서도 드러나듯 권력의 응시는 근본적으로 비가시성의 영역에 머물러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군주의 권력은 가시성과 비가시성의 결합, 즉 이미지 및 스펙터클의 동원과 응시 및 감시의 결합을 통해서 행사되는 것이다.

17세기 유럽의 군주제 국가들은 다양한 스펙터클들을 동원하는데, 프랑스의 궁정정원 _ 정형정원에서 드러나는 정치적인 예술형식의 이용이 대표적인 예이다. 극도로 정리된 방사형의 가로구조에서 우리는 군주의 시점과 통제를 확인한다. 가시성의 영역에 배치된 광기를 그 바깥에서 거리를 두고 관찰하는 고전주의 시대의 이성의 눈, 바로 이것이 현대성의 시각이며 ‘시녀들’에서의 권력의 응시와도 같다. 그러므로 스펙터클은 감시와 분리되지 않으며 가시영역의 스펙터클은 비가시적 영역의 권력의 응시에 의해 조직된다. 17세기부터는 거리에 공공적인 조명등이 설치되는데, 그 불빛은 가시성을 부과하고 감시를 행사하는 수단이었다. 대혁명을 비롯한 19세기까지의 혁명들에서 거리의 등이 1차적인 파괴의 대상이 된 것도 그런 이유이다.

2) 부르주아 감시권력의 응시

부르주아의 시대에서 감시의 권력은 그물망을 펼친 것과 같이 보편화된다. 예전의 스펙터클과 같은 것을 넘어서 개별적인 인간들의 신체에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http://ssall.com/MT/archives/panopticon.gif

1791년 제레미벤담이 제안한 판옵티콘은 구조적으로 원형의 개별적인 방과 그 중심의 감시자를 두고 있다. 완전한 개인화와 편리한 감시, 특별히 감시되는 수감자 자신이 스스로 ‘자신이 감시되고 있음’을 느낄 때 그것은 상당히 경제적이다. 모든 다양한 기능들이 모두 이러한 감시를 위한 것이며 이곳에서도 역시나 관찰자인 간수는 중앙에서 그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다. 벤담은 이러한 도식을 사회전체로 확산하려 몽상했는데 이것을 푸코는 훈육적 사회의 형성이라고 규정했다. 나중에 언급되지만, 심지어 벤담은 공중개방의 방법으로 이런 통제를 더욱 공고히 하려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이 판옵티콘에서의 권력의 응시는 원근법적인 기하구조에 기초하며, 계몽주의에 기초한다. 벤담은 루소의 꿈에서의 개개의 완벽한 소통을 통한 투명한 사회에 더해 지배적인 응시를 중심으로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상태를 조직했던 것이고 그것은 즉 권력의 행사라는 것이었다. 판옵티콘에서 체화된 권력의 시선은 원근법적인 시각공간에서 작동하며 그 가시성의 배치는 ‘시녀들’에서의 절대군주의 시선 및 가시성의 배치와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다만 그림에서 군주가 자신의 흔적을 거울에 남겼다면, 판옵티콘에서의 응시에서는 그것마저 사라지고 그 비인격성이 전면화되어있다.

판옵티콘에서 수감자는 중앙의 감시자의 위치에서 스스로 자신을 봄으로써 훈육된 주체, 길들여진 신체, ‘정신예방적인 주체‘가 된다. 한편 주체는 자신의 에고 역시 필요한데 ’시녀들‘에서 거울에 반영된 군주의 이미지가 그것이며 19세기 이후에 부르주아 체제가 스펙터클을 배제하지 않는 것은 판옵티콘에서는 그런 대칭적인 응시가 없었기 때문이다. 판옵티콘은 본보기를 보임으로써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설득하는 학교로서 고안되기도 했는데, 그런 점에서 ‘감시의 옆에서는 그것과 나란히 상징적인 의미의 스펙터클이 계몽의 이름으로 ….’라는 말도 설명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위의 논의를 통해 이성은 감시, 현대성의 시각은 곧 권력의 시각이었다고 이해될 수 있다. 또한 그 권력의 응시는 원근법적인 기하공간의 구도 속에 자리를 잡고 가시성의 배치를 조직하는 중심축으로서 기능했으며, 그것은 시각의 문제를 사회 정치적인 문제와 나누어 생각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시각적 권력은 교묘하다.

* Author / Gathered from : 최윤호

곽노현 교수가 검찰총장에게 띄우는 공개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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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단죄는 법치주의 확립 분수령 될 것

오마이뉴스(news)

검찰이 24일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 사건과 관련, 당시 삼성그룹 비서실에 근무했던 관련자 1∼2명을 주중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미국 씨에틀에서 안식년을 보내고 있는 곽노현 교수(방송대 법학과)가 A4용지 8장 분량의 글을 에 긴급 기고해왔다. 곽 교수는 지난 2000년 전국 법대 교수들이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임직원들을 배임혐의로 고발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바 있다….편집자 주

삼성그룹의 3세 경영권 세습과정에서 되풀이된 이건희 회장의 특별배임혐의를 고발한 43인 법학교수를 대표하여 이 사안 수사의 역사적 의미와 적용법리, 그리고 몇 가지 당부사항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총장님은 요즘 대선자금 수사지휘에 바쁜 나머지 삼성 이건희 회장의 배임혐의에 대해 신경을 못 쓰고 계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법치주의의 관점, 즉 특권 및 부패와 투쟁의 관점에서 정치권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와 재계의 불법 승계과정 수사는 달리 볼 여지가 없으리만큼 ‘쌍둥이 사안’입니다. 역사적 비중과 현실적 의미에서 어느 하나 소홀해서는 안 되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일란성 쌍둥이 : 정치권 불법 대선자금과 재계 불법 승계

불법 대선자금에 의한 정치권력의 창출과정과 배임성 저가발행에 의한 경제권력의 창출과정은 우리 사회의 최정상 권력들이 권력 영속화를 목적으로 벌여온 불법과 편법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언뜻 보기에 아무런 공통점도 없어 보이는 국가와 시장의 최고권력 창출과정은 머리가 하나인 불행한 쌍둥이처럼 서로 뗄 수 없게 연결돼 있습니다.

재벌일가는 집단적으로 정치권에 불법 대선자금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배임특권을 부여받았습니다. 비자금 조성을 묵인받고 족벌승계를 묵인받았습니다. 정경유착 구조의 궁극적인 수혜자는 재벌일가들이었습니다. 재벌총수들은 정치자금을 대줌으로써 정치권력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습니다. 분식회계, 특혜거래, 무세(無稅)세습 등을 도모하며 사회적 지배력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권력형 부패, 리스트 정치, 재벌가의 특권계급화 등 반민주적인 ‘재벌공화국 증후군’과 법과 당국에 대한 ‘불신냉소 증후군’에 시달리게 된 건 그 결과입니다.

불법 대선자금 수사와 배임 승계과정 수사는 불법 정치자금의 대가로 재벌들에게 치외법권이 주어졌던 어두웠던 한 시대의 종언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정경유착 시대의 검찰과 법은 정치권력을 시중들며 정치권력의 돈줄인 재벌총수의 불법편법에 관대했습니다. 어지간해서는 수사권을 발동도 않거니와 별건 수사 중에 범법 단서를 포착해도 서둘러 덮고 축소하기 바빴습니다. 정치권력의 보호막 안에서 저질러진 불법과 비리가 워낙 뿌리가 깊었기 때문에 ‘국민경제에 미칠 악영향과 대외신인도를 감안해서’ 수사와 처벌의 시늉만 내고 덮어버리기를 거듭했습니다.

이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정치권력이 검찰을 손아귀에서 놓아줬고, 검찰 역시 거듭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삼성그룹의 배임세습 사안은 7년을 질질 끈 끝에 결국 독립검찰의 손에 넘겨졌습니다. 재벌총수의 입장에서는 고양이 피하려다 호랑이 만난 격인 이 사건에서 무서운 역사의 교지(狡智)를 읽게 됩니다. 불법 정치자금과 불법 족벌승계를 두 기둥으로 삼아온 한국 정치경제체제를 이 참에 확실히 마감하고 새 시대를 열라는 역사의 강력한 요구를 읽게 됩니다.

독립검찰의 손에 넘겨진 삼성의 배임세습, 지금이 기회다

상호의존적이고 상호보강적인 구조적 불법비리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동시 단죄로 동시 척결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은 한쪽이 반드시 다른 한쪽을 되살려 다시 유착구조를 만들게 돼 있습니다.

급물살을 타고 있는 대선자금 수사가 정치권의 부패특권을 다스릴 최상의 기회라면, 삼성사안 수사는 재계의 배임특권, 곧 계열사 재산과 기업가치를 개인재산인양 제멋대로 빼돌리며 몸집을 불려온 재벌총수의 파렴치한 자기거래 관행을 다스릴 최상의 기회입니다.

다행히 대선자금 수사에 비해 삼성사안 수사는 훨씬 간단하고 용이합니다. 대법원의 배임죄 관련판례와 지난 6월의 SK 배임사안에 대한 1심 판결, 그리고 며칠 전 삼성전자의 비상장주식 저가양도에 대한 2심 판결에 비추어볼 때 삼성사안 수사는 고의입증과 공범인정 등 배임법리 적용에 복잡하고 어려울 게 없습니다. 이미 총장님의 ‘법대로’ 판단만 남아 있는 상태일 겁니다.

대선자금 수사를 통해 국민들이 바라는 것이 정치자금을 매개로 한 반민주적 정경유착의 총체적 진실인 것처럼, 삼성사안 수사를 통해 국민들이 바라는 건 상속·증여세를 바보세로 만들면서 2세·3세들에게 보란 듯이 그룹경영권을 대물림해온 연금술적 세습과정에 숨어있던 반시장적 반기업적 불법·편법의 총체적 진실입니다. 검찰은 지금까지 술집과 지하를 배회해온 이 두 가지 진실을 이제 밝은 세상으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그래야만 국민의 부릅뜬 눈으로 똑같은 불법의 재발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래야만 최상층권력의 불법 앞에 법이 멈춰 섰던 구시대를 마감할 수 있습니다.

동시척결, 한쪽을 놔두면 반드시 다른 한쪽을 되살린다

정치권력의 자발적 검찰통제 포기에서 비롯된 한국법치주의의 선순환은 삼성총수의 배임승계 단죄로까지 나아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건 오직 검찰의 기존입장 수정입니다. 검찰은 지금까지 재벌총수의 계열사 노략질을 기업내부 사항으로 보고 매우 관대한 입장을 취해왔습니다.

하지만 우리 형사법제는 업무상 배임범죄, 특히 회사경영진의 업무상 배임행위를 엄벌에 처하는 입법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일반형법에 배임죄를 둬서 배임행위 전반을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았을 뿐 아니라, 업무상배임죄와 이사 등의 특별배임죄를 따로 둬 형량을 높였고, 이것으로도 안심이 안 돼 배임액수가 큰 경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가중처벌을 명할 정도입니다. 배임관련 형사법제는 시장경제와 시민사회의 신뢰기반을 보호하기 위한 우리 사회의 핵심형법으로서 검찰이 강도 높게 집행해야 마땅합니다.

재벌총수는 계열사 경영진에 대해 절대권력을 갖고 있으므로 계열사를 상대로 각종 거래(자금거래·토지거래·주식거래·용역거래·주식발행·주식상장·회사합병 등)를 도모할 때 일방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조건을 정하기 쉽습니다. 현실적으로 재벌총수와 계열사간 거래는 재벌총수의 쌍방대리이자 자기거래에 지나지 않습니다. 총수의 계열사 노략질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정한 선을 넘으면 이 때는 배임죄로 다스리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강력합니다. 이런 경우 국세청의 증여세 추징이나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혹은 사외이사의 통제나 주주의 대표소송은 정의에 반하거나 실효성이 없습니다.

상속증여세법의 증여의제 조항에는 재벌총수들이 계열사들을 봉으로 삼아 사복을 채워온 다양한 배임수법들이 열거돼 있습니다. 삼성사안에 대해서도 마치 증여의제 조항의 적용여부가 문제인 것처럼, 따라서 증여세 추징여부가 문제인 것처럼 잘못 착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계열사 경영진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이상 제3자에게 회사 재산이나 기업 가치를 증여해서는 안 됩니다. 만약 헐값발행이나 헐값양도를 통해 실질증여를 결과할 경우에는 월권과 배임으로 민형사상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볼 때 그룹총수와 계열사간 일방거래의 실질을 계열사의 ‘증여행위’로 보고 증여세 부과에서 해법을 찾는 입장은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것은 물론 재벌총수의 배임범죄를 은폐·왜곡하는 결과를 빚습니다. 계열사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공정위의 방식 역시 수혜자의 부당이득을 그대로 놓아두고 피해자인 계열사를 이중처벌하는 점에서 부적절합니다.

회사법에 정한 사인간 소송이 검찰의 배임통제역할을 대신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재벌체제는 회사법의 무덤입니다. 독립법인을 상정한 회사법의 통제장치는 재벌체제에서 작동하지 않습니다. 예컨대 회사법이 정한 주주대표소송은 비상장재벌계열사에서 전혀 듣지 않습니다. 총수 가족과 계열사들, 그리고 임직원으로 이뤄진 주주 구성상 대표소송을 제기할 독립주주가 없기 때문입니다.

에버랜드의 기존주주도 중앙일보를 위시한 몇 계열사들과 총수의 일가붙이였습니다. 에버랜드 경영진이 헐값발행을 단행함으로서 계열사의 지분율은 종전의 37.5% 수준으로 희석된 반면, 이를 상쇄할만한 기업가치 증대는 수반되지 않았습니다. 현금 96억 원, 혹은 자산규모의 1%, 혹은 주당 5000원이 늘었을 뿐이니 무시해도 됩니다. 따라서 기존주주가 보유한 주식가치 역시 종전 대비 37.5% 선으로 급락했습니다.

일반 주주 같으면 이렇게 심각한 이익침해를 당하고 그냥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주주 계열사의 경영진 입장에서는 하등 아쉬울 게 없습니다. 어차피 대차대조표에 에버랜드 주식가치를 액면가로 계상해 왔고 보유주식 수에 변동이 없기 때문에 장부상으로는 조금의 손해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에버랜드 주식은 회사의 자금사정에 따라 경영진이 재량껏 처분할 수 있는 ‘연성재산’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경영진 입장에서 에버랜드 주식은 남의 재산과 하등 다를 게 없습니다.

계열사의 모든 출자지분이 똑같습니다. 내부출자 여부 및 내부지분 관리에 관한 한, 계열사 경영진은 아무런 결정권한이 없습니다. 여기에는 오로지 총수의, 총수에 의한, 총수를 위한 결정이 있을 뿐입니다. 이것이 재벌체제의 특징입니다.

그룹전체의 지배주주로 볼 수 있는 재벌총수의 이익은 다른 주주들인 계열사들 및 그 주주집단의 이익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배주주인 재벌총수 가족의 지분율이 채 5%도 안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지분구조에서는 총수의 이익과 그룹전체의 이익도 일치할 수가 없는데, 하물며 총수의 이익과 개별 계열사의 이익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재벌체제는 법적 권한과 책임의 괴리 및 경제적 유인과 부담의 불일치, 다시 말해서 대리비용(agency cost)이 극대화되는 비효율적 기업체제입니다. 재벌기업에서 회사법의 주주 및 이사 중심 통제장치는 유효한 맥락과 현실적 의미를 상실합니다. 회사법의 사인(私人)중심 통제장치는 제왕적 사인을 통제하기에는 너무 무력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공권력은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며 재벌총수의 배임과 전횡을 방치해왔습니다.

한마디로 재벌총수는 시장적, 조직적, 법적 통제의 공백상태에서 마음껏 계열사들을 봉으로 삼아 자기이익을 추구했습니다. 계열사들이 모든 위험을 안고 총수는 지배의 단맛만 누렸습니다. 비상장계열사에 대해서는 약탈적 가격에 신주를 발행받는 방식으로 그 기업가치를 대부분 사유화했습니다. 자식들이 크면 자식들에게 계열사의 기업가치를 부당이전함으로써 경영권 세습의 기초를 닦았습니다. 재벌체제의 심화확대로 말미암아 재벌총수의 사회적 위상은 날로 강화됐습니다. 어느새 대한민국은 재벌공화국이 돼 버렸습니다.

이런 사정은 98년 외환위기 이후 소액주주운동과 재벌감시운동이 일어나고 국가채권자 IMF의 영향 아래 회사법과 공정거래법의 통제장치를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큰 줄기에서는 변화가 없습니다. 요컨대 재벌체제의 정화 및 약화를 위해서는 재벌총수를 부당하게 살찌워온 총수와 계열사의 내부거래 및 계열사간의 내부거래에 대해 검찰이 눈에 불을 켜고 배임죄로 단속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삼성 총수의 배임승계 단죄로까지 나아가야 한다

지난 10월 초 검찰의 수사보류 결정이 발표됐을 때 시중에는 무혐의불기소로 결론이 났다는 소문이 자자했습니다. 대선자금 수사를 빌미로 대충 넘어가는 게 아닌가 걱정되었습니다. 정치권력에서 독립한 검찰이 경제권력 앞에서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는 게 아닌가 걱정되었습니다.

정말이지 검찰이 이래서는 안 됩니다. 위에서 몇가지 이유를 말씀드렸습니다. 최소한 다음 사항들만 제대로 수사해도 감히 무혐의처분을 내릴 수는 없을 겁니다.

첫째, 에버랜드는 96억 원의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전환사채를 사모(私募)발행했다고 주장합니다. 96억원이라는 특정금액이 어떻게 결정되었는지도 궁금하지만, 에버랜드가 과연 이 정도의 금융편의를 위해 금융권의 융자 대신 사채발행을 해야 했는지, 그것도 전환사채의 형식으로 강력한 유인을 제공하지 않는 이상 사채 소화가 불가능한 형편이었는지, 사모인수인을 이재용으로 어떻게 특정했으며, 인수조건을 최대한 유리하게 하기 위해 인수인과 무슨 교섭을 했는지 조사하여야 합니다.

둘째, 여기서 발행된 전환사채는 주식전환시 기존주식의 167%에 달하는 물량이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전환과 동시에 사모인수인이 바로 지배주주가 되는 조건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사회에 올라온 의결자료에 이 사실이 적시되고 그에 따라 경영권 프레미엄 할증율을 얼마로 잡았는지를 명시해야 옳습니다. 설령 상속증여법상의 평가방식에 따라 엉터리 주식가치를 산출한 경우에도 거기에 최소한 50%에서 200% 정도의 경영권 프레미엄을 붙여 증액했어야 말이라도 되는 겁니다. 과연 주당 전환가액 7700원이 그렇게 결정된 것인지 조사하여야 합니다.

사실 하나마나한 조사입니다. 이건희 회장의 의중과 지시에 따라 비서실이 만든 시나리오대로 진행되는 일에 이런 정상적인 고려사항들이 끼여들 틈이 어디 있겠습니까. 에버랜드건 주주계열사건 실무자건 경영진이건 무조건 회장님이 원한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비서실이 불러주는 대로 따라갔을 뿐입니다.

여기엔 절대권력자 총수에 대한 맹종만이 있을 뿐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위한 독자적 경영판단은 전혀 없습니다. 제왕적 총수가 자기 아들에게 지배권을 양위하겠다며 일종의 친위 쿠데타안을 상정시킨 마당에 질문과 이의를 제기하는 이사들이 있겠습니까? 당연히 없었겠지요. 그렇지만 그 침묵과 외면이 법적으로 배임행위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삼성측은 그래도 배임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비상장기업이라 자사주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알기 어렵고 당시 실거래실적이 있었던 것도 아니라 부득이 상속증여세법에 정한 평가방식에 따랐는데 뭐가 잘못이냐는 겁니다. 가격만큼은 ‘법대로’ 쳐서 받았다고 항변하는 셈이지만, 상속증여세법의 보충적 평가방식은 국세청이 상속증여세를 법대로 부과했는지를 판단하는 법적 기준일 뿐 사기업이 거래가를 제대로 책정했는지를 판단하는 법적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상속증여세법에 따른 평가방식은 국세청의 조세업무 수행을 보조하기 위해 규정된 것이지 사기업의 발행업무 수행을 보조하기 위한 게 아닙니다. 사기업이 이 평가방식을 정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 경우란 상속증여세 부과처분에 다툼이 있을 때 뿐입니다.

비상장주식에 대한 상속증여세법의 보충적 평가방식은 최근 대차대조표와 최근 3년간 손익계산서만 있으면 누구든지 계산할 수 있는 기계적인 평가방법입니다. 상속증여세법 시행령이 규정한 순자산가치 방식이건 순손익가치 방식이건 기업가치 평가의 핵심요소인 사업전망 기타 미래예측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죽은 평가방식인 건 동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법상 평가액과 실제가치 사이에는 일정한 상관관계가 전혀 존재하지 없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추정시가보다 형편없이 높게 나오는가 하면 어떤 경우에는 추정시가보다 형편없이 낮게 나옵니다.

다만 이것이 상속증여세법상의 가치평가액인 한 이 평가액을 초과하는 금액으로 거래된 비상장주식에 대해 국세청이 상속증여세를 부과할 방법은 없습니다. 그 결과 재벌총수들은 이중으로 이익을 챙겨왔습니다. 형편없는 헐값으로 평가액이 나온 계열사 보유 비상장지분은 이 가격에 사들인 반면 터무니없는 고가로 평가액이 나온 총수 보유의 비상장지분은 이 가격에 팔아치웠습니다. 이것이 재벌가들이 세법상의 평가액을 애지중지해온 진짜 이유입니다.

재벌총수가 상속증여세법의 평가액에 따라 계열사와 비상장주식을 거래한 경우 열이면 열 모두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그룹총수의 임무를 위배하여 자신이 지배하는 계열사와 그 주주들에 손해를 끼친’ 배임행위를 한 겁니다. 직접 실행하지 않아도 자신이 지휘감독하는 계열사 사장의 배임행위를 특수교사한 셈이고, 이런 경우 형법은 직접실행범인 계열사 이사진보다 교사범인 재벌총수를 몸통으로 인식해서 가중처벌을 주문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에버랜드는 기업평가 전문기관인 삼성증권을 자매계열사로 둔 삼성그룹의 핵심계열사로 대한민국의 일급 대기업입니다. 98년의 자산재평가 전에도 이미 자산규모가 1조원에 달했던 대기업입니다. 이런 거대기업이 기존주식 물량의 167%에 해당하는 전환사채를 신규 발행하는 형식으로 제3자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기로 결정한 겁니다.

만에 하나 이 결정이 경영진의 독자적인 경영 필요와 판단에 따른 것이라면 당연히 국내외의 두세 군데 전문평가기관에 기업가치 평가를 의뢰한 후, 그렇게 산출된 평균금액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최대한 붙여서 인수상대방과 치열한 가격교섭에 들어갔을 겁니다. 이러한 정상적 상황과 에버랜드의 실제 상황의 차이가 바로 존중되어야 할 경영판단과 단죄되어야 할 배임행위의 차이입니다.

몇가지만 조사해보라, 배임이고 배임교사다

부끄럽게도 전 검찰조직은 이렇듯 분명한 배임법리를 완전히 무시했습니다. SDS 배임사안에서 서울지검이 무혐의처분의 근거로 만들어내고 서울고검과 대검찰청이 그에 대한 항고와 재항고를 기각함으로써 확립한 사이비 법리에 따르면 ‘상속증여세법상의 보충적 평가방식을 적용하여 발행주가를 책정할 경우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더 이상 뻔한 논거를 제출하는 번거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상의 사례를 드는 것으로 검찰측 법리해석의 문제점을 드러내도록 하겠습니다.

검찰의 사이비 법리에 한껏 고무된 비상장계열사 고용사장이 자기 아들한테 똑같은 조건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해줬습니다. 그룹감사실은 당연히 이 간 큰 사장을 업무상배임죄로 검찰에 고소했습니다. 하지만 문제의 고용사장은 세법상 평가액을 따랐기 때문에 잘못이 없다며 검찰에게 큰소리를 칩니다. 이 경우 검찰은 어떻게 할 겁니까?

자산재평가를 실시한 1998년에 와서야 에버랜드의 기업가치를 제대로 알았기 때문에 1996년 말에 세법상 평가액을 적용한 건 죄가 안 된다는 항변도 있습니다. 물론 말이 안 되는 궤변이지요. 98년에 보다 전문적인 외부평가를 시행할 수 있었다면 96년 말에도 그렇게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판례는 세법상 평가방식의 보충성을 강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전(事前) 실거래가는 물론 사후 실거래가를 발견한 경우에도 그것을 배척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이상 당해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다행히 에버랜드 주식의 경우에도 결정적인 참고가치를 지닌 사후 실거래가가 존재합니다.

98년 중앙일보의 계열분리 시 삼성계열사들은 중앙일보가 보유한 에버랜드 주식을 주당 10만원에 사들였습니다. 99년 50만주 물량의 유상증자를 단행할 때 에버랜드가 책정한 신주 발행가도 10만원이었습니다. 중앙일보 계열분리는 96년 말의 전환사채 발행 후 1년 반쯤 떨어진 시점에 완료됐습니다.

이 기간 중에 에버랜드 용인 땅에서 금광이 발견된 것도 아니고 보유재산의 가격이 급등한 것도 아닙니다. 놀이공원 사업에서 IT사업으로 전환한 것도 아니고 상장기업이 된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에버랜드의 주식평가액은 7700원에서 10만원으로 무려 13배가 뛰었습니다. 그것도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종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곤두박질치던 IMF 경제위기의 한가운데서 그렇게 뛰었습니다. 그것도 독립사업자간 거래가 아니라 특수관계인간 거래에서 그렇게 뛰었습니다.

사실 공정가와 거리가 먼 약탈성 특혜가에 기초해서 13배가 뛰었다는 표현은 무의미한 착시현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98년 당시 중앙일보와 계열사간에 적용된 주당 10만원을 준독립당사자간의 실거래가로 인정하는 경우, 에버랜드 주식의 96년 말 현재 공정가는 최소한 50만원 선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두 가지 전제 위에서 그렇습니다. 첫째, 경제위기로 말미암아 증시가 반토막 아래로 떨어진 1998년 시점에서 대량 주식거래를 하면서 경제위기의 영향을 안 받을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경제위기 상황 이전에는 에버랜드의 공정주가가 10만원이 아니라 20만원에 달했을 것으로 가정합니다.

둘째, 96년 말 이후 IMF 경제위기 시점까지 1년도 안 되는 기간 중에 에버랜드의 기업가치가 실질적으로 변동하진 않은 것으로 가정합니다. 96년 말에 이재용씨가 지배주주가 되는 과정에서 주식대금 96억 원만큼 현금자산이 늘었지만 에버랜드의 자산규모에 비추어 무시할만하기 때문입니다.

에버랜드 주식가치를 여전히 20만원이 아니고 50만원으로 보는 이유가 궁금하실 겁니다. 그것은 전환사채 발행으로 말미암아 주식수가 기존의 80만 주에서 2백만 주로 무려 167%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본 것처럼 신주발행에도 불구하고 기업가치가 제자리걸음을 했다고 가정하면 2백만 주에 20만원을 곱한 금액을 80만주로 나눠서 얻은 금액, 곧 주당 50만원이 에버랜드 주식의 공정가액이 됩니다.

요컨대 경제위기로 주가가 곤두박질치던 98년 중반 에버랜드 주식이 준독립사업자들간에 주당 10만원에 거래된 사실을 기준으로 삼을 때, 96년 말 현재의 에버랜드 주식가치는 주당 50만원으로 보는 게 합리적입니다. 물론 지배지분의 가격은 여기에 최소 30%에서 200% 정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이는 게 관례입니다. 프리미엄 할증을 50%로만 잡아도 96년 말 이재용씨에게 마땅히 주당 77만원의 전환가격을 책정해야 옳았을 겁니다.

도대체 배임 범죄를 저지른 규모는 얼마인가

자, 이제 배임가액의 규모에 대해 정리하겠습니다. 96년 말부터 98년 말까지 실질주가가 내리면 내렸지 오를 수는 없었습니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도 에버랜드의 96년 말 공정주가를 준독립당사자간의 실거래가로 볼 수 있는 주당 10만원보다 낮게 볼 수 없습니다. 62.5% 지배지분의 신규발행으로 주당가치가 종전의 37.5% 수준으로 물타기된 상태에서 10만원에 거래된 사실을 감안하면 물타기 이전 상태의 주당가치가 최소한 20만원은 되겠지요.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50%만 할증해도 30만원이 쉽게 도출됩니다. 실제로 대가로 지불된 주당 7700원은 이론적인 공정가액의 최소 1%에서 최대 2.5% 수준이라는 뜻입니다.

이런 산법에 따라 배임금액을 환산하면 대략 4천억 원에서 1조 원이 됩니다. 에버랜드가 만약 독자적인 경영필요에 따라 같은 물량의 주식을 발행했더라면 에버랜드의 금고에 이만한 돈이 자본금으로 들어왔을 겁니다. 만약 이재용씨가 아닌 다른 제3자가 사모(私募)인수인이었다면 이만한 금액을 인수대금으로 치러야 했을 겁니다.

에버랜드 주식에 대한 객관적 가치평가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배임가액이 특정될 수 없으며, 따라서 배임가액에 따라 형사처벌의 수위가 달라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지난 6월 SK 1심 판결의 입장이기도 하지만 잘못된 겁니다. 특경가법의 적용을 위해 검찰은 배임액이 최소한 50억원이 넘는다는 사실만 합리적인 수준에서 입증하면 됩니다. 법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특경가법 적용이 문제되거나 어려울 게 없습니다. 이 사안에서는 설령 공정가액을 10만원으로 낮춰 잡아도 배임액이 최소한 1천억원을 넘게 됩니다. 무기징역까지 가중처벌할 수 있는 배임액 50억원을 수십 배 넘는 셈입니다.

배임액이 50억이 넘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식은죽 먹기다

그래도 ‘국가경제’를 생각할 때 삼성총수를 단죄하는 게 적지 않게 부담이 되실 겁니다. 하지만 경제는 법치가 확립돼 부패가 사라지고 배임이 처벌받아 신뢰가 살아날 때 가장 흥하는 법입니다. 재벌총수의 배임특권 척결은 경제적으로 순기능을 발휘할 겁니다. 성실한 사람들의 근로의욕과 기업의욕을 북돋을 것이며, 시장경제의 신뢰토대를 구축하고 족벌승계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들의 우려를 씻어낼 것입니다.

더욱이 외국인투자가들이 말하는 주식시장에서의 Korea Discount 현상은 바로 재벌총수의 배임전횡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다는 게 정설입니다. 삼성사안 및 유사사안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는 소액주주와 외국인 투자자 보호에 대한 검찰의 의지를 과시하는 것으로서, Korea Discount를 없애고 국민경제를 일으키는 데 크게 기여할 겁니다. 나아가서 한국자본주의의 천민성 극복과 경제민주주의의 발전, 그리고 정경유착의 극복과 정치민주주의의 심화를 가져오는 역사적인 계기로 작용할 겁니다.

대통령과 재벌총수 자리는 국가와 시장의 최대권력으로서 가장 정당하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창출되어야 합니다. 대통령의 권력창출에 소요되는 대선자금의 모금사용 및 재벌총수의 권력창출에 소요되는 핵심주식의 확보과정에는 어떠한 불법과 편법도 용납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래야만 불법 대선자금의 멍에에서 자유로운 존경받는 대통령, 불법 승계과정의 원죄에서 자유로운 신뢰받고 존경받는 재벌총수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래야만 자본주의적 민주주의의 합법성과 정당성이 꼭대기서부터 확보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볼 때 삼성 3세 승계 스캔들에 대한 철저 수사는 법질서는 물론 ‘체제수호’를 위해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박한 시대적 과제입니다.

삼성 3세 승계 스캔들에 대한 수사는 ‘체제수호’의 문제

성역과 금기를 깨고 특권과 부패를 쳐서 법의 지배를 확립하는 것, 이것은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국민들의 열망이자 시대의 요구입니다. 드디어 정치권의 대선자금과 재계의 경영권 세습과정에 대해서도 검찰수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진일보한 단계까지 왔습니다. 국민들은 특히, 거듭난 검찰이 종신 ‘경제대통령’의 창출과정까지 철저히 수사함으로써 법의 권위를 세우고 나라의 기강을 바로잡는 엄중한 책무를 다할지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같은 동전의 양면으로 봐도 틀림없을 두 사안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기소는 ‘살아있는’ 정치경제권력에 대한 법의 우위를 최종 확인하는 한국 법치주의의 일대 분수령이 되는 것은 물론, 절실히 요구되는 정치개혁과 재벌개혁의 가장 중요한 계기와 토대를 마련할 것입니다.

대선자금과 삼성사안에 대한 검찰수사 결과가 원칙과 상식에 충실하게 나올 경우 한국사회는 미증유의 대폭발을 경험하게 될 겁니다. 한국 정치경제체제의 1급 뇌관이 터지는 셈이니까요.

한동안 종말을 거부하는 구시대의 신음소리와 성큼성큼 다가오는 새 시대의 행진소리가 뒤섞이며 한판 힘겨루기를 벌일 겁니다. 하지만 음험한 불법이 법의 빛을 이기지 못하고 낡아빠진 구습은 세월을 이기지 못하는 법입니다. 법치주의에 충성하는 검찰은 법치가 유린당한 구시대의 악습과 기득권이 무너지며 내지르는 비명소리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임전불퇴를 외치는 국민과 시대의 독려 나팔에 맞춰 오직 법치주의 일념으로 전진함으로써 국민과 시대의 바램에 부응해야 합니다.

이제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건전한 상식과 법리에 부응하는 올바른 선택으로 최고의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동시에 법의 지배 아래에 위치시킨 대한민국 최초의 ‘법대로’ 검찰총장으로 기억되시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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